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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만에…원유철 수사 공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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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으로부터 수수 정황 포착
검찰 ‘불법 정치자금’ 칼끝 겨눠
검찰이 5선 야당 중진의원인 원유철(55) 자유한국당 의원을 수사대상으로 공식화하기까지는 1년여 시간이 걸렸다. 원 의원은 지난해부터 수 차례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번번히 비껴갔다. 그러나 검찰이 15일 원 의원 지역구 사무실과 회계담당자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면서, 원 의원을 타깃으로 한 수사를 공식화했다. 검찰이 국회의원 심장부나 다름 없는 지역구 사무실까지 들이닥치면서 원 의원을 압박할 충분한 증거와 진술 등을 이미 확보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과 원 의원의 악연은 원 의원 지역구인 경기 평택시에서 플랜트 설비업체 W사를 운영하는 박모(54)씨 입에서 시작됐다. 횡령ㆍ배임 혐의로 수감 중이던 박씨는 지난해 원 의원 보좌관 권모(55)씨에게 산업은행 대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박씨 진술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권씨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 당시 한국일보 보도로 이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박씨는 2012년 9~10월쯤 산업은행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낮은 신용등급 등을 이유로 반려되자 권씨에게 대출을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건넸다. 권씨로부터 민원을 접한 원 의원은 2012년 11월 초 강만수(72ㆍ수감 중) 전 산업은행장을 여의도 집무실까지 찾아가 직접 만났다. 강 전 행장은 여신담당 부서의 반대를 무시하고 W사에 490억원을 대출해 주고, 대출기간도 대폭 연장해 주도록 지시했다. 이듬해 9월 박씨는 권씨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2,500만원을 추가로 건넸다. 당시 원 의원은 “권씨 범행을 몰랐고, 지역구 기업의 민원 해소 차원에서 강 전 행장을 만나 애로사항을 전달했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유탄은 강 전 행장에게 튀었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하던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지난해 12월 강 전 행장을 구속했다.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됐던 강 전 행장이 구속된 데는 W사 부당대출 범죄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검찰은 당시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원 의원과 관련한 수사를 이어갔다. 박씨의 청탁대상이 보좌관 권씨가 아닌 원 의원이었을 것으로 의심됐던 데다가, 원 의원 측 주변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이 잇따라 포착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9월 원 의원과 친분이 있던 평택시 소재 G사 대표 한모(47)씨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면서, 원 의원 관련 수사를 재개했다. 검찰이 원 의원을 향해 성큼 다가섰지만, 원 의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만한 일을 한 게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왔다.
압수수색 이후 두 달 동안 기회를 엿보던 검찰은 원 의원이 기업인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구체적 정황을 포착하고 15일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원 의원은 1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떠한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 내부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년 동안 검찰 수사망을 빠져 나갔던 원 의원이 이번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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