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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에 담긴 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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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15일 동남아시아 순방의 첫 기착지로 인도네시아를 택했습니다. 언론의 주요 관심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인 11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 쏠려 있었지만, 이에 앞서 8~10일 2박3일간 문 대통령의 인니 국빈 방문은 많은 화제를 낳았는데요. 문 대통령의 인니 방문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봤습니다.
①문 대통령의 첫 국빈 방문지
인니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빈 방문한 국가입니다. 7, 8일 1박2일 방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한국을 국빈 방문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한 동안 이동경로 주변이 교통 통제된 풍경이 기억에 남았다면, 문 대통령의 인니 국빈 방문에선 자카르타 공항과 자카르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대통령궁이 위치한 보고르 시내 초입에 세워진 문 대통령 내외와 조코 위도도 대통령 내외의 대형 사진이 기억에 남습니다. 물량 공세는 아니지만 소박하게 성심껏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②‘국민 삶 속으로’ 쇼핑몰 깜짝 방문
한ㆍ인니 정상 간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양 정상의 모습이 한동안 보이지 않았습니다. 단독회담과 기념식수 행사가 열린 뒤였는데, 위도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선물로 사 주기 위해서 인근 쇼핑몰에 갔다는 것입니다.
사연인 즉슨, 문 대통령은 인니 방문에 앞서 “위도도 대통령 측에 국빈 방문의 공식 일정 이외에 일반 국민들이 사는 모습을 함께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위도도 대통령 측에선 주변 쇼핑몰 방문은 가능하다는 답변이 왔지만, 전날 딸 결혼식을 치르느라 바빴던 나머지 정확한 장소와 시간 공지는 전날까지 없었습니다. 정상회담 30분 전에서야 한국 측에 일정을 알리면서 문 대통령을 수행했던 관계자들이 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특히 위도도 대통령이 전기 카트를 직접 몰고 쇼핑몰로 갈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양 정상의 기념식수 현장 영상을 휴대폰에 담고 있던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양 정상에 이어 경호팀과 의전팀이 현장에 있던 카트를 타고 뒤따라 가는 바람에 급하게 쇼핑몰까지 뛰어서 이동했다고 하네요.
③‘친서민ㆍ반부패’라는 공통점
이런 깜짝 행보가 가능했던 건 양 정상이 모두 국민들에게 ‘서민 대통령’으로서 국민적 지지가 높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양 정상이 찾은 쇼핑몰은 우리나라로 치면, 일반 서민들이 자주 가는 대형 마트에도 조금 못 미치는 곳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위도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인니 전통의상 ‘바틱’을 선물했고, 문 대통령도 현장에서 즉시 입어보고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이어 쇼핑몰 안에서 양 정상이 아이스티를 함께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도 공개됐습니다. 쇼핑몰에 있던 인니 국민들도 갑작스러운 정상들의 방문에 환호하면서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고 합니다.
위도도 대통령은 인니에서 민주적 선거제도가 도입된 2014년 선출된 첫 문민정부 대통령입니다. 부정부패로 얼룩진 정치권에 실망한 인니 국민들은 정치 엘리트 출신은 아니지만 청렴하고 검소한 위도도 대통령을 선택했습니다. 취임 이후 부패 척결을 위해 장관 후보자들을 검증해 부패 의혹을 받았던 8명을 교체하는 등 ‘적폐청산’ 등 반부패를 주요 국정 과제로 내세운 문 대통령과 겹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상회담 취재 차 방문한 대통령궁 내 프레스룸에서 위도도 대통령의 인기를 실감했는데요. 현장에 설치된 모니터 화면에서 위도도 대통령의 모습이 등장하자, 환호하며 박수 치는 일부 인니 기자들도 있었습니다.
④신남방정책의 전진기지란 중요성
문 대통령은 인니 방문 중인 9일 새로운 경제 영토로 아세안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신(新)남방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인니가 아세안의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2억6,000만명)인 만큼 신남방정책의 전진기지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포한 것입니다. 내년부터 시행될 아세안 역내 무관세화에 따른 전략적 투자처로서의 중요성도 감안한 것이죠.
양 정상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산업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철강ㆍ석유화학 등 기간산업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특히 인니 국내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을 위한 협력 확대를 논의키로 했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품 교역 외에도 다층적인 인적 교류의 활성화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인니는 K-Pop 등 한류 열풍이 거센 지역임을 감안한 것으로, ‘소프트파워’를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과 차별화한 접근을 시도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문 대통령의 인니 방문 첫날 동포간담회에서 걸그룹 AOA가 초청됐습니다. 이어 문 대통령이 한ㆍ인니 정상회담에서 위도도 대통령의 딸이 한류 팬인 점을 감안해 아이돌 그룹 샤이니 소속 민호의 축하 동영상과 EXO의 사인이 담긴 CD를 선물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자카르타ㆍ보고르=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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