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인생 없는 교실] “아동 노동력 착취 회사 제품 불매운동” 선진국 학생들 토론하며 배워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학교서 정치ㆍ노동ㆍ경제 이슈와
법적 의사표시 방법 상세히 배워
암기식 아닌 체험ㆍ실습 위주 지도
졸업 후 직면하는 실생활 대비
‘삶의 지혜를 지닌 시민’ 양성에 성공하는 선진국 교육의 공통점은 학교 교육을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수단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수단으로 국한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나라의 학교에서는 정치, 경제, 노동 영역의 이슈나 법적 권리 등에 대해 어려서부터 상세하게 가르치고 일정한 견해, 주관, 권리의식을 갖도록 삶의 지혜를 키우는 이른바 ‘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연구용역 사업의 일환으로 현장교사들이 분석한 주요 외국의 학교 시민교육 교재와 프로그램 내용에 따르면, 프랑스와 영국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삶의 역량 향상을 주요 목표로 한 ‘시민교육’ 과정을 의무화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부터 정부나 시민사회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헌법상 권리와 자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아는 것, 나아가 주요한 사회정치적 이슈에 관해 알고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는 취지다. 그렇지 않으면 실제 졸업 전후로 직면하는 실생활 세계에서 수동적이고 종속적이고, 도전을 어려워하고, 책임을 포기하는 ‘무기력한 시민’, ‘자치력을 상실한 시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런 사회적 공감대 속에서 1985년 중학교 필수교과로 시민교육(Education Civique)을 지정했다. 고교 과정에는 1998년부터 시민-법률-사회교육(Education civique juridique & sociale)을 설치해 매 학년 반드시 이수하도록 했다.
영국에서도 2002년부터 시민성(citizenship) 교과목을 법정 필수교과목으로 지정해 중고교에 도입했고 초등학교는 학교선택 과목으로 채택하게 했다. 역사와 지리만 가르치던 방식에 대해 1990년대 초부터 문제제기가 계속된 끝에 필수 법정 교육과정으로 시민교육이 도입된 것이다. 이들 과목은 학생들이 시민으로써 누리고 이해해야 하는 권리와 책임을 비롯해 사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
이를 테면 5~11세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핵심단계 1,2 수준에서는 ▦의사소통의 기술 ▦아동의 권리 ▦청소년 시민을 위한 지역 민주주의 ▦뉴스소비의 기준 등을 가르친다. 직접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역 위원회를 방문해 자신을 대표하는 대표자들에 대해 보고, 듣고, 질문하는 과정도 포함된다. 11~16세의 교육과정인 핵심단계 3,4 수준에서는 ▦범죄 ▦인권 ▦선거와 투표 ▦안전에 대한 인식 ▦노동세계의 권리와 책임 등에 대해 다룬다.
특징적인 것은 그 지도 방식이 개념 암기식이 아니라 체험, 실습 위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14~16세(10~11학년) 학생들에게 ‘노동 세계의 권리와 책임’에 대해 가르칠 때는 현재 자신이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자녀이자 노동자로서 어떤 유급/무급 노동을 하고 있는지를 모두 적고 기여도와 책임, 권리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는 등 다양한 토론, 학습활동을 한다.
또 ▦시간제 노동을 하는 자신의 권리 및 책임에 대해 토론한 뒤 ‘고용 권리에 관한 검토목록’을 전 학급이 함께 만들고 ▦고용, 산업안전, 기회균등, 고용보호 관련법 등에서 자신이 어떤 보호를 받는지 조사하고 ▦나아가 유럽연합 회원국 안과 밖에서 노동하는 것이 각각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 지 등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등의 여러 학습활동도 거친다. 노동조합이나 직원협의회에 대해 이해시키는 것은 물론이다.
삶을 위한 역량 중 하나로 법에 대해 가르칠 때는 단순히 법적 개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투표권이 없는 어린 시민으로서 내가 주장하고 싶은 바가 있을 때 어떻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습활동을 거치도록 한다. 이를 테면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회사의 제품 불매운동을 펼친다면, 누구의 도움을 받거나 누구와 협력해 어느 절차로 어떤 행동까지를 할 때 정당할 수 있으며, 그 초래된 결과는 무엇일지 토의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식이다. 구체적 내용은 다르지만 독일, 스웨덴, 미국 등도 이 같은 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 중이다.
책임연구를 맡은 김원태 학교시민교육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한국의 교과서와 수업이 주로 피상적 자료와 사진을 보여주며 현상에 대한 개념을 설명하는데 치중하고 희생이나 예절에 대해서만 강조하는 것에 비해, 주요 외국에서는 구체적 사회 이슈를 다룬 활동과 체험을 통해 시민으로서 역량과 권리, 책임의식을 길러주고 있다”며 “이 같은 시민 교육을 교과목화 하거나 이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