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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할 거면 왜 창업하라고 했나” 스타트업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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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풀 ‘풀러스’ 서비스 확대하자
서울시가 수사 의뢰하며 갈등
업체는 “판결 때까지 강행한다”
작년에도 심야콜버스 중단 논란
“정부는 인내심 갖고 규제 정해야”
“택시사업자만 서울 시민도 아니고 정말 택시사업자에게 피해가 가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험 기간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
“이렇게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을 규제할 거면 처음부터 왜 창업하라고 이야기하는지 의문이 든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정부가 카풀(승차공유) 스타트업 ‘풀러스’를 불법이라며 형사 고발하자 스타트업 업계가 단단히 뿔이 났다. 정부가 “스타트업 활성화”를 외치면서, 논란이 생기면 번번이 규제 일변도로 스타트업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게 업계의 불만이다. 이번 논란의 당사자인 풀러스는 사법부 판단이 나올 때까지 서비스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풀러스가 아침ㆍ저녁에만 제공하던 카풀 서비스를 6일 24시간으로 확대하자 서울시가 다음날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 의뢰하면서 촉발됐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81조 1항은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한해 유상으로 차량을 제공 또는 임대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데, 풀러스는 근무 시간이 유연한 근로자가 많은 만큼 출퇴근 시간대도 아침ㆍ저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 측은 “차가 막히지도 않는 낮 시간대와 주말까지 카풀 영업을 하는 건 법의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비스가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법적 대응에 들어간 서울시에 대해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육성이라는 정책 방향에 반하는 과도한 행정 행위일 뿐만 아니라 수많은 스타트업을 위축시키는 일”이라는 게 포럼 측의 입장이다.
업계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건 스타트업이 해묵은 규제에 발목 잡힌 게 처음이 아니라서다. 승차공유 서비스의 대표주자 ‘우버’는 2013년 우리나라에 진출했다 2년 만에 퇴출당했고,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역시 민박업으로 등록한 집만 영업할 수 있어 누구나 남는 방을 여행자에게 빌려준다는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토종 스타트업들도 시작하자마자 서비스를 접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스타트업 콜버스랩은 낮에 관광버스, 학원버스 등으로 쓰이다가 밤에는 쉬는 전세버스를 택시 공급이 부족한 새벽에 이용자와 연결해주는 심야 콜버스를 내놨다. 그러나 택시업계 반발에 서울시가 “택시업체의 대형 택시만 활용하라”는 조건을 새로 달면서 어려움을 겪다 결국 지난 4월 주력 사업을 변경하며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이 ‘음식과 함께 배달되는 맥주’를 합법화하면서 생겨난 수제 맥주 배달 스타트업들도 올 들어 국세청이 직접 조리한 음식만 주류 배달을 허용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줄줄이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김태호 풀러스 대표는 9일 본보와 통화에서 “현행법상 명백히 불법이었던 우버와 달리 풀러스의 경우 합법인지 불법인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정부가 나서서 불법 딱지를 붙인 것”이라며 “판결이 나올 때까지 서비스를 유지할 계획이지만 등장하자마자 불법 논란에 휩싸인 서비스를 누가 선뜻 이용하겠느냐”고 토로했다.
번번이 정부 규제에 신음하던 스타트업 업계는 이번 풀러스 논란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이 우리 사회에 어떤 가치를 가져다주는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 뒤 규제할지 말지 결정하는 정부가 됐으면 한다”며 “혁신 모델을 또 압사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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