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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쉐보레 크루즈 디젤, 사상 최고가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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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신형 쉐보레 크루즈 디젤의 가격을 6일 공개했다. 가격은 ▲ LT 2,249만원 ▲ LT 디럭스 2,376만원 ▲ LTZ 2,558만원이다.
크루즈 디젤의 가격대는 국내 준중형 세단 중 가장 높다. 최고 사양인 LTZ에 전동 선루프, 내비게이션,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 등의 옵션을 더하면 가격은 최고 2,994만원까지 치솟는다. 옵션을 제외한 LTZ의 가격만 놓고 비교하면 아반떼 디젤 프리미엄보다 131만원, SM3 디젤보다 428만원 비싸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트랙스와 마찬가지로 가솔린과 디젤 모델의 가격 차를 250만원 정도 두었지만, 기본 사양을 더 추가해 실질적인 가격 인상 폭을 줄였다”고 말하며 “크루즈의 상품성을 보면 경쟁 모델 대비 싼 차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지엠은 크루즈 디젤의 가격 공개를 앞두고 지난 1일과 2일 이틀 동안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가격을 모른 채 시승부터 하면 운전하는 동안 으레 가격을 점쳐보기 마련이다. 시승차는 최고 사양인 LTZ에 모든 옵션이 포함된 차였다. 과연 이 차는 2,994만원의 값어치를 할까?
일단 실내는 합격이다. 시승차의 시트와 대시보드 등 곳곳엔 밝은 갈색 천연 가죽이 덮여 있어 화사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묻어났다. 가죽 색상은 밝은 갈색과 검정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운전석과 센터페시아의 레이아웃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스마트폰을 별도로 넣어 둘 수 있는 수납공간과 6:4 비율로 접히는 뒷좌석은 실용성을 더한다. 뒷좌석엔 열선이 깔렸고, 공기 순환을 돕는 에어 덕트가 마련돼 쾌적한 실내 공기를 유지한다. 네 명이 타도 큰 불편 없이 장거리 여행을 즐길 수 있겠다.
크루즈 디젤엔 트랙스와 같은 1.6ℓ 4기통 CDTi 엔진이 탑재됐다. GM 에코텍 엔진 라인업의 최신 모델로 유럽 GM 디젤 프로덕트 센터가 개발하고 독일 오펠(Opel)이 공급하는 엔진이다. 최고출력 134마력과 32.6㎏·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미세한 차이지만, 최고출력은 아반떼 디젤보다 2마력 낮고, 최대토크는 2㎏·m 높다. 최대토크는 2,000rpm부터 터져 나오는데,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을 때 최고출력이 뿜어져 나오는 3,500rp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지 않다.
한국지엠은 이 디젤 엔진을 가리키며 정숙성이 뛰어나 ‘속삭이는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별칭을 붙였다. 물론 이전 모델보다는 조용해졌지만, ‘속삭인다’는 표현은 흔쾌히 공감하기 어렵다. 정차해 있을 때도 잔진동이 발바닥을 간지럽혔고, 엔진에서는 거칠고 카랑카랑한 신음이 끊이지 않고 들린다.
운동 성능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면, 일반적인 핸들링 감각은 나풋나풋 정확하나, 굴곡이 심한 산길을 거침없이 내달리며 오르내렸을 땐 가벼운 언더스티어가 일어나면서 몸놀림이 불안해진다. 크루즈 가솔린 모델에서 이미 경험한 6단 자동변속기는 여전히 일을 잘한다. 연료를 얼마나 절약해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척하면 척’ 원하는 변속 시점을 잘 잡아낸다.
이전보다 몸무게를 110㎏이나 줄였다고 하지만, 연비는 16㎞/ℓ로 경쟁 모델 대비 가장 낮다. SM3 디젤의 복합연비는 17.2㎞/ℓ, 아반떼 디젤의 복합연비는 17.7~18.4㎞/ℓ다. 연비가 준중형 디젤 세단을 사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대목은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내비게이션 그래픽과 후방 카메라 화질은 고급스럽지 않다. 애플 카플레이와의 연동성은 지금껏 경험했던 차 중에서 최고로 손꼽을 정도로 여전히 매끄럽다. 앞차와의 차간거리를 경고하는 장치가 있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기대했으나 경고 장치와 크루즈 컨트롤은 따로 놀아 아쉬움을 남겼다. 계기반 속 4.2인치 슈퍼비전 컬러 클러스터는 주행 정보를 간결하게 전달해준다.
올해 초 크루즈 1.4 터보가 처음 나왔을 때, 기대보다 높게 책정된 가격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결국 신형 크루즈는 가격 저항을 못 이기고 구형 모델보다 적게 팔리며 참패를 맛봤다. 그런데도 한국지엠은 원칙을 고수했다. 후속으로 크루즈 디젤을 내놓으면서 가솔린과 디젤 엔진의 가격 차를 트랙스와 동일하게 가져가는 대신 각종 프로모션으로 소비자 심리를 달래기에 나섰다.
차는 용도와 취향에 따라 상대적인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시승한 차는 2,994만원을 지불하기엔 망설여지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크루즈 디젤은 스스로 시장을 키워가면서 크루즈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까? 아니면 크루즈의 고급 영역을 담당하면서 오히려 침체한 크루즈 1.4 터보로 관심을 돌리게 할 묘수가 될 것인가? 이것 또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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