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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회사가 비흡연자에게 보상휴가를 주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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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일본 도쿄의 한 회사원은 모든 동료들이 똑같은 시간을 일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비흡연자인 당사자와 달리 흡연을 하는 직원들은 담배 피우는 동안 사무실 밖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건물 내 금연규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분명히 비흡연자들이 더 많은 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보였다. 해당 직원은 이 같은 불만사안을 사내 익명 제안상자에 적어 넣었다. 그 결과 그는 6일간의 보상휴가를 얻었다. 일본 마케팅회사 피알라의 이야기다.
피알라는 지난 9월 1일부터 비흡연 직원에게 6일간 보상휴가를 정규 휴가 외에 더 주기로 결정했다. 피알라의 전체 직원 120명중 3분의 1이 흡연자이니 약 80명이 보상휴가를 받게 된 셈이다.
결정은 신중하게 이뤄졌다. 아수카 타카오 대표는 사내 제안 속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보고 실태조사를 통해 흡연 직원들의 흡연 시간을 측정했다. 그 결과 29층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흡연장소가 있는 1층까지 가서 담배를 피고 오는 동안 약 15분이 걸렸다. 하루에 한 번씩만 담배를 피워도 주 5일 근무 시 비흡연자보다 75분이나 더 휴식하는 셈이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게 할 수도 있지만 아수카 대표는 다른 선택을 했다. 흡연자들이 쉬는 만큼 비흡연자들도 쉬도록 한 것이다. 아수카 대표는 “흡연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담배를 끊도록 강요하기보다 보상책을 통해 자발적으로 담배를 끊게 독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알라만의 ‘거꾸로 금연정책’은 성공적이다. 보상휴가제가 시작된 지 약 두 달 만에 4명이 담배를 끊었다. 비흡연 직원 40여명 역시 이 제도 덕분에 휴가를 보냈다.
피알라의 금연장려책은 일본은 물론 미국, 한국 등 주요 국가들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방식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도록 강하게 채찍질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식품회사인 대상그룹은 2008년부터 전직원 금연을 목표로 ‘GWP(Great Workplace)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담배를 피우는 손으로 식품 연구를 할 수 없다’는 소신이다. 전국의 모든 사옥과 공장, 연구소가 금연구역이며 인사팀 직원들이 불시에 순찰해 흡연직원을 단속한다. 적발되면 부서장 및 부서 평가에 반영된다.
동아오츠카도 2013년부터 흡연 직원들을 금연학교에 입소시키는 금연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에는 1년에 2,3번 소변을 검사해 흡연여부를 인사평가에 반영한다. 삼양식품과 영진식품, 제약사인 대웅과 광동제약 등은 아예 입사 단계부터 흡연을 확인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금연정책이 늘 환영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2년 현대오일뱅크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금연서약서를 받고 흡연자에 대해 승진 및 인사평가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히자 일부 노조원들이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금연을 강요하는 것은 월권행위”라고 반발했다.
강요와 보상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은 금연정책인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흡연도 일종의 선택이자 권리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흡연자를 일방적으로 규제하는 금연정책의 경우 헌법상 행복추구권에 속하는 흡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알라의 사례는 다양한 길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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