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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 테크업계에서 말 못한 여성들의 토크콘서트

입력
2017.11.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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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획자 컨퍼런스: 여기컨'의 텀블벅 모금 페이지. 텀블벅 캡쳐
'여성 기획자 컨퍼런스: 여기컨'의 텀블벅 모금 페이지. 텀블벅 캡쳐

정보기술(IT), 게임 등 흔히 남성중심이라고 알려진 테크업계에서 여성 종사자들과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내기란 힘들다. 테크업계에서 여성들은 성차별적 콘텐츠 때문에 고민하기도 하고 구성원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에서 여성 롤 모델이 없어 답답함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한 달 동안 여성 테크업계 종사자와 소비자들이 만나는 토크콘서트가 잇따라 열린다.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디캠프에서는 테크업계 여성기획자 컨퍼런스: 여기컨(이하 여기컨)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컨퍼런스는 4명의 여성 기획자들이 강연자로 나서 테크업계에서 여성기획자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강연자로 영어공부 앱 '슈퍼팬'의 기획자 정인혜씨, 육아용품 추천 서비스 '베베템'의 기획자 양효진씨,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O2O)한 숙박 서비스 '야놀자'의 강미경씨 등이 나선다.

여기컨을 주최한 '테크업계 페미니스트모임'(이하 테크페미)의 옥지혜씨는 “여성기획자로써 겪는 고민을 동종 업계 여성들과 함께 풀어내보는 자리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평소 회사에서 여자니까 유행하는 서비스를 써 봤을테니 관련 기획을 해보라는 말을 자주 듣는 등 나의 여성성이 강조되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기획자는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군과 협업하며 이끌어가야 하는데 남성중심적인 업계 분위기에서 부딪치는 벽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성차별적인 소통방식을 마주하는 상황이 많은데 마찰 없이 협업하려면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간관리자급 이상에 남성이 많다보니 롤모델로 따를 여성 선배가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여기컨은 정원 150명이 일찌감치 매진됐다. 기획자 강연은 사업전략이나 마케팅 등 방법론에 대한 것이 많고 여성 기획자들의 고민이 반영된 강연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옥씨는 “여성기획자들이 갖는 고민을 안전한 자리에서 걱정없이 풀어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FEMI-GAMERS Take Action'의 홍보 포스터. 전국디바협회 제공
'FEMI-GAMERS Take Action'의 홍보 포스터. 전국디바협회 제공

페미니스트 게이머와 개발자들이 만나는 토크콘서트도 열린다. 페미니스트게이머 모임인 ‘전국디바협회’는 오는 25일 서울 마포구 신촌에서 ‘FEMI-GAMERS Take Action(이하 FeGTA 펙타)’를 열고 게임산업계의 여성혐오와 페미니스트 게이머들이 원하는 게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국내의 유명 게임들이 많은 혐오와 성상품화 문제로 비판받고, 여성 개발자가 설 자리가 많지 않은 게임업계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게임 ‘클로저스’의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 티셔츠 인증’사건 이후 사측과 계약이 해지돼 큰 논란이 빚어졌고 최근 블리자드의 인기게임 ‘오버워치’의 여성 게이머들에게 성희롱과 폭언이 가해지는 현상이 고발되기도 했다.

토크콘서트의 핵심은 게이머들과 개발자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패널로는 청년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게임 ‘폐인키우기’ 개발팀의 팀장 진하,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이 일상에서 겪어야 했던 불편함을 게임에 녹여내 호평을 받은 모바일 게임 ‘뮤그’의 개발자 레드민스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또 여성이 배제되는 게임문화에 대한 현상을 다룬 영화 ‘방해말고 꺼져!’상영, 페미니스트 게이머도 즐길 수 있는 ‘덜 불편한 게임’소개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진다.

이번 펙타를 주최한 전국디바협회측은 “여성혐오와 젠더폭력 없이 게이머들에게 충분히 어필 가능한 게임제작이 가능함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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