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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ㆍ건설중단 구분 판단 가능케 한 건 ‘정보’

입력
2017.10.2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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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5ㆍ6호기 공론조사 추이 배경

‘판단 유보→건설 재개’ 이동 뚜렷해

신고리 5ㆍ6호기 대정부 권고안이 발표된 20일 울산 서생면 한국수력원자력 새울본부에서 직원들이 공사 재개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울산=전혜원 기자
신고리 5ㆍ6호기 대정부 권고안이 발표된 20일 울산 서생면 한국수력원자력 새울본부에서 직원들이 공사 재개 결정에 환호하고 있다. 울산=전혜원 기자

신고리 5ㆍ6호기 공론조사가 건설 재개 측 압승으로 끝난 건 당초 보유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에 판단을 유보했던 응답자 대다수가 숙의(熟議) 과정을 통해 정보를 취득하면서 재개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일 공론화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를 보면, 2만6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전화조사부터 재개(36.6%)가 중단(27.6%)보다 우세했다. 그러나 판단 유보(35.8%) 비중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시민참여단 471명을 상대로 2박 3일 종합 토론회 첫날인 13일 3차 조사를 벌인 결과 유보가 크게 줄었다. 양측이 제공한 자료집과 동영상 강의 등을 통해 학습ㆍ고민하는 숙의 절차를 거친 뒤였다. 재개 쪽 증가 폭이 중단보다 훨씬 컸다.

양측 의견 청취와 분임 토의, 질의ㆍ응답을 거친 뒤 실시된 4차 조사에서는 유보가 3.3%까지 줄었다. 아울러 재개(57.2%)ㆍ중단(39.4%) 간 격차가 17.8%포인트까지 커졌다. 양자택일 문항에서는 차이가 벌어졌다(19.0%). 설명을 듣고 토론하면서 생각이 바뀐 응답자도 없지 않지만 유보층이 어디로 이동했느냐가 승패를 갈랐을 공산이 크다.

이는 정보를 충분히 습득한 시민들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애초 정보가 모자랐을 때는 탈(脫)원전과 원전 건설 중단 간 차이를 구분하지 못했던 이들이 설계 수명에 따른 탈원전 시기와 건설 중단에 따른 매몰 비용 등 관련 정보들을 두루 접한 뒤 신고리 5ㆍ6호기를 짓더라도 장기적 탈원전 기조에는 별 무리가 없다는 절충적 판단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찬반과 상관없이 원전을 늘리는 에너지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 사실상 아무도 없었는데도 재개가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건 질 좋은 데이터가 주장을 잘 뒷받침하면서 설득력을 확보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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