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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직장 성희롱에 손 놓은 고용부… 552건 신고, 1건만 검찰 넘겨

입력
2017.10.13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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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접수 대폭 늘었지만

82%는 아무 처분 없이 종결

성희롱 예방교육도 무신경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직장 내 성희롱 신고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나, 관리ㆍ감독을 맡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접수된 신고 중 단 1건 만을 기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직장 내 성희롱 증가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진정 건수는 2012년 249건에서 2016년 552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조사권을 가진 고용부 산하 고용청들은 지난해 총 552건의 신고 중 단 1건만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이 1건은 실제 재판에 넘겨져 기소율은 0.1%였다.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도 66건(11.9%)에 그쳤다. 대다수(82.0%ㆍ453건)의 사건이 신고 취하ㆍ합의 등의 이유로 행정종결되거나, 무혐의 또는 각하됐다. 올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이 ‘약한 처벌’을 성희롱이 근절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가운데 주무부처조차 이를 거들고 있는 셈이다.

고용부가 처벌뿐 아니라 직장 내 성희롱 예방분야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남녀고용평등법상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사업장은 29만개에 이르지만 고용부는 2014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전체의 6.9%에 불과한 2,029개의 사업장만 점검했다. 심지어 감독기관인 고용부 소속 공무원들도 성희롱 예방교육에 소홀한 것으로 드러났다. 접수된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자를 도와야 할 고용부 6개 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들의 성희롱 예방교육 이수율(73%)은 전체 공공기관 평균인 88.2%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또 성희롱 예방교육 차원에서 배포하던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가이드북’ 역시 2013년에 20만부에서 지난해와 올해에는 고작 5,000부만을 발간하는 등 관련 정책 추진에 미온적이었다.

이 의원은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2차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커 사건 처리과정에서 올바른 관점과 시각이 더욱 강조되는 영역”이라면서 “고용부부터 먼저 인식개선에 나서야 직장 내 성희롱 근절을 말할 명분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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