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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내비게이션 줄줄이 ‘먹통’... 사업자는 나몰라라

입력
2017.10.09 04:40

#지난 4일 서울 강동구에 사는 서정열(58)씨는 가족과 경기 안양시 처가에 다녀오면서 KT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원내비’를 켰다. 내비게이션을 믿고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대신 지난달 27일 개통한 안양성남고속도로(제2경인고속도로)를 택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쯤 원내비 화면에는 ‘서버연동오류’라는 메시지만 반복돼 초행길에 들어선 서씨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KT 고객인 다른 가족 휴대폰으로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서씨는 “다음날 낮 나들이 길에도 ‘긴급 서버점검’이라며 원내비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정체구간이 많아 서비스가 꼭 필요할 때 멈춘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KT 쪽에서 아무런 안내가 없어 답답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추석 당일인 지난 4일 주요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중 상당수가 접속이 끊기거나 서비스가 지연되는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길게는 6시간, 짧게는 2시간가량 이용자들이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지 못했다. 4일은 전국 고속도로 교통량만 588만대로 역대 하루 교통량 최대치를 기록했던 날이다.

이날 이용자들이 가장 크게 불편을 겪은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 사이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앱 장터 평가 페이지에서는 “제일 필요한 추석 때 ‘먹통’이라니” “안내 도중 멈춰버려서 깜짝 놀랐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다른 내비게이션을 깔아야 했다. 끔찍했다” 등 불만이 쏟아졌다.

추석 당일이었던 4일(왼쪽)과 5일 KT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원내비에서 접속이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원내비 화면 캡처
추석 당일이었던 4일(왼쪽)과 5일 KT의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원내비에서 접속이 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다. 원내비 화면 캡처

문제가 됐던 서비스는 KT의 원내비와 카카오의 ‘카카오내비’, 현대엠엔소프트의 ‘맵피’, 네이버의 ‘네이버내비’ 등이다. 올 2월 모바일 내비게이션 점유율 기준으로 이용자 10명 중 3명 이상이 ‘먹통사태’를 경험한 셈이다. 최근 카카오내비 가입자가 늘고 따로 이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네이버내비 사용자까지 감안하면 불편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체들은 예상보다 이용자가 많이 몰려 서버가 마비됐다고 해명했다. KT 관계자는 “동시 접속자 수용 범위를 넘어 서버를 재가동했지만 대기 중이었던 고객들이 다시 접속하면서 안정적인 상태로 복구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목적지 경로 검색 요청 건수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서버 과부하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상 명절 연휴 귀성ㆍ귀경 차량과 나들이 차량까지 몰려 내비게이션 이용량이 급증한다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어 기본적인 조치에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SK텔레콤에 따르면 4일 T맵에서 발생하는 송ㆍ수신 통신량이 47%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일주일 전 전용 서버 용량을 증설하는 작업을 마쳤다.

현대엠엔소프트가 운영 중인 모바일 내비게이션 맵피에는 서비스 오류가 발생했던 4일 사과 공지가 올라왔다. 맵피 화면 캡처
현대엠엔소프트가 운영 중인 모바일 내비게이션 맵피에는 서비스 오류가 발생했던 4일 사과 공지가 올라왔다. 맵피 화면 캡처

이용자들의 공분을 산 건 서비스 오류뿐 아니라 사업자들의 대처였다. 문제 된 서비스 중 이용자 규모가 가장 작은 맵피는 오류 발생 당일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나머지 사업자들은 어떠한 공지도 띄우지 않았다. KT 관계자는 “전체 이용자 모두가 이용이 불가했던 게 아니라 일부 혼선이라고 판단해 빠르게 안정화하는 데 주력했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휴는 특히나 길었기 때문에 평소 추석 예상치보다 넉넉하게 가용 용량을 확보해 둬야 했다”고 지적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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