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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째 행복한 부부들의 특급비밀

입력
2017.10.05 11:00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반드시 동화책에나 나오는 비현실적 결말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행복한 부부에게는 반드시 특별한 비결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반드시 동화책에나 나오는 비현실적 결말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행복한 부부에게는 반드시 특별한 비결이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추석 차례상을 치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당신은 지금 이혼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명절 문화가 각별하기는 하다. 어떤 행복한 부부도 이 기간에는 크고 작은 위기를 겪는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설날과 추석을 전후한 10일간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신청이 접수됐다. 연평균 일일 이혼신청 건수 298건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수치다. 특히 명절 직후 3, 4일간 이혼접수 건수는 하루 700~1,000건으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였다. 전체 이혼신청의 20% 이상이 명절 전후 이뤄지는 것이다. 이혼을 생각하고 있는 당신은 지극히 정상이다.

‘부부란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의 철학적 물음이 뇌리에 가득한 당신을 위해 해로하는 부부들의 특징을 정리해 본다. 명절문화의 변화가 근본적 해법이지만,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우회로로 돌아갈 필요도 있다. 명절 이틀을 제외한 363일간 이 금과옥조들만 지켜도 명절 문화라는 부부관계의 핵폭탄을 피해갈 수 있다. ‘위대한 부부의 모든 것’을 쓴 미국 부부관계 전문가 셰리 스트리토프가 조언하는 해로하는 부부들의 특급비밀이다. 정직과 신뢰, 유머는 행복하고 건강한 부부가 되기 위한 필수 3요소. 이에 기반해 삶의 지침으로 삼을 만한 부부관계의 정언명령들을 추렸다.

부부라면 친밀하라

부부에게 친밀감이란 성적 친밀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서적, 정신적, 육체적 친밀감을 총망라한 ‘가장 가까운 한 사람’이 바로 배우자다. 부부란 자신의 온갖 장벽과 방어기제를 철폐한 채 한 인간이 다른 사람과는 함께 할 수 없는 것들을 바로 이 사람과는 해내는 배타적이고도 독점적인 관계다. 특별한 사유 없이 이혼하는 많은 부부들의 이혼사유가 바로 ‘그냥 멀어졌어요’인 이유다. 외도는 부부가 멀어지게 된 원인이 아니라 멀어진 결과일 때가 많다.

하지만 친밀함을 유지하는 데는 에너지가 든다. 배우자 모두가 치열하고 경쟁적인 사회생활에 시달리고 있거나, 끝없이 이어지는 직장과 가사일에 쫓겨 허덕인다면 친밀감은 쉽게 유실되고 만다. 아이를 키우고 회사를 다니는 정신 없는 나날의 와중에서도 부부만을 위한 친밀감의 시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친밀감을 보존, 유지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고, 삶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오래도록 해로하는 부부들의 특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고, 삶의 비전을 공유하는 것은 오래도록 해로하는 부부들의 특징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열정으로 결혼의 온도를 높여라

열정은 일종의 전자레인지와 같다. 그 안에 들어가면 모든 것이 뜨겁게 데워지듯이 열정이라는 전자레인지를 가동해야 결혼이라는 특수관계도 고온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래 지속되는 건강한 결혼은 배우자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삶에 대한 열정 또한 공유하는 경향을 띤다. 자녀 양육의 기쁨과 가치, 삶의 비전, 일의 가치 등에 대한 열정을 공유해야 부부가 건강한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것이다.

좋아하는 스포츠팀을 열렬히 응원할 때 뇌에서 다량 분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은 배우자를 향한 열렬한 마음 상태에서도 동일하게 분비된다. 도파민,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이다. 도파민은 익히 잘 알려져 있듯 흥분 전달을 담당한다. 바소프레신은 미국 애틀란타 에모리대의 래리 영 박사팀의 연구 결과로 바람둥이와 일편단심을 결정하는 신경전달물질임이 밝혀졌다. 연구팀이 평생 일부일처제로 사는 미국 대초원 들쥐의 뇌 속 바소프레신 수치를 조사했더니 매우 높았던 반면, 난교를 하는 산쥐는 이 수치가 매우 낮았다. 출산 후 모유 분비에 작용하는 옥시토신은 사랑과 돌봄, 신뢰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전달물질로 남성에게서도 분비된다. 즐거움과 신뢰, 각성 등의 감정을 촉발하는 이들 물질은 결혼이 로맨스를 유지하며 건강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데 필수요소다.

서로를 용서하라

오래 행복하게 살아온 부부라고 해서 그 결혼이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결혼에는 오점과 실수와 상처가 불가피하다. 결혼기념일을 잊어서, 생일선물이 초라해서, 싫어하는 짓을 자꾸 해서 등등 원인의 목록은 끝없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 사랑에 빠졌던 바로 그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변화를 기대하지 않는 체념의 미학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배우자의 손이 아니라 바로 내 손으로 하면 된다.

지난 과오를 잊지 못하고 매번 새롭게 갱신해 규탄하는 것은 모든 부부가 저지르는 과실이지만, 이제는 ‘렛잇고’를 외치는 게 좋다. 과거의 섭섭함이나 고통에 얽매이기보다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훌훌 털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머감각은 신뢰, 정직과 더불어 결혼의 필수 3요소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머감각은 신뢰, 정직과 더불어 결혼의 필수 3요소다. 게티이미지뱅크

팀워크를 유지하라

부부는 한 몸이자 한 팀이다. 고난과 역경을 함께 헤쳐가는 관계다. 부부가 갈등관계에 있을 때 함께 배우자 욕을 해줄 사람을 원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부부 사이가 틀어지도록 이간질하는 사람은 피해야 한다. 친부모라 할지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은 미워도 돌아가야 할 한 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나와 한 팀은 오로지 배우자뿐이다. 부부 사이에 끼어드는 온갖 간섭과 지적으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확보하려면 재정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독립적이어야 한다.

최고의 친구가 되라

연정에서 우정으로의 자연스런 화학변화 과정이 부부생활이기도 하다. 고로 친구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모든 것이 배우자와도 가능할 때 이 화학변화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술 마시기든 영화 보기든 등산하기든 여행 가기든 취미와 관심사의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 열정과 충동이 수증기처럼 대기 중으로 사라져버리고 난 후, 자녀 양육이라는 공동의 소명이 완료된 후에도 두 사람을 하나로 묶어줄 끈은 바로 우정에 기반한 이 같은 취미의 공유다. 기분이 들떠서 함께 신나게 날뛰며 놀아보는 것, 함께 낄낄거리며 사소한 즐거움을 나누는 것. 이 같은 산소 재충전 행위가 없이는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결혼생활의 환기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일주일 24시간을 내내 함께할 수는 없다.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건 인간의 근본적 욕구다. 서로에게 혼자만의 시공간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것도 건강한 친구 부부가 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잘 싸우고 잘 화해하는 기술은 부부가 반드시 연마해야 하는 필수기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잘 싸우고 잘 화해하는 기술은 부부가 반드시 연마해야 하는 필수기술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잘 싸워라

당신은 배우자와 이미 싸웠고, 싸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싸울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 것과 그로 인해 열 받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다만 제대로 잘 싸워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잘못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제대로 잘못하는 것이며, 잘 용서하는 것이다. 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무수하다. 그러나 늘 반복되는 이슈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과거의 잘못을 소환해 다시 한 번 징벌하려는 소급처벌의 욕구다.

부부가 싸우는 것은 징벌을 위한 것도 아니고 급소를 찔러 완패시키기 위한 것도 아니다.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너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나의 마음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히 지금 나의 기분이 어떤지 나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상처 주고, 싸워 이기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좋자고 모인 추석 명절, 감정의 앙금만 잔뜩 쌓였다면? ①잘 싸워라 ②서로를 용서하라 ③팀워크를 유지하라 ④친구가 되라 ⑤친밀하라 ⑥열정으로 결혼의 온도를 높여라.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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