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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의 욜로 라이프] 집에만 있으면 스튜핏! 미술관 가면 그뤠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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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 비엔날레(Biennale). 1895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가 대표 격이다. “비엔날레는 여러 문화를 한 공간에 모은 대형 전시이자, 세계 시민의 감수성을 요구하는 압축적 여행이다.”(영국 미술평론가 로렌스 알로웨이) 비엔날레가 대체 무엇이기에.
긴 추석 연휴, 텅 빈 스케줄이 고민이라면, 11월26일까지 열리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가보는 건 무리라면, 국내 비엔날레 맛보기에 도전하자. 전시 규모와 질을 베니스에 견주기엔 낯뜨겁다. 미술계와 지방자치단체 안팎에 이런저런 잡음도 많다. 그래도 한가위다운 넉넉한 마음으로 둘러보면 어떨까. 북적북적한 비엔날레가 부담스럽다면, 지역 곳곳의 작지만 빛나는 미술관에서 우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현대미술 축제, 비엔날레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에선 ‘Ars Ledens(아르스 루덴스ㆍ유희적 예술): 바다+미술+유희’를 주제로 바다 미술제가 열리고 있다. 부산 비엔날레에서 2011년 독립한 행사다. 그리움, 생명, 두려움, 놀이의 공간, 바다. 그 바다가 뻥 뚫린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11개국 41팀의 대형 조각과 설치작품이 조명도 벽도 없는 백사장에 전시됐다. 배경 음악은 파도 소리. “부산? 해운대, 광안대교, 세꼬시 말고 뭐 없을까?” 고민을 해결해 줄 것이다. 2015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술제엔 약 22만명이 다녀갔다. 10월 15일까지 쉬는 날 없이 열린다. 입장료는 없다.
제주 비엔날레는 올해가 첫 회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 제주ㆍ서귀포시 원도심, 서귀포시 대정읍 알뜨르 비행장 등에서 ‘관광’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15개국 70팀이 참가했다. 하이라이트는 알뜨르 비행장 야외 전시. ‘아래의 뜰’이라는 뜻의 알뜨르 비행장은 일제시대 일본군 비행기 격납고로, 중일전쟁의 전초 기지였다. 공간 자체가 제국주의와 전쟁의 상처를 상징하는 만큼, 무겁고 축축한 전시다. 설치작품 너머로 산방산과 오름들이 보이는 풍경이 이채롭다. 12월 3일까지이고, 월요일마다 쉰다. 입장료는 성인 8,000원.
충북 청주 청원구 옛 연초(담배) 제조창에선 청주 공예비엔날레가 열린다. 올해가 10회째로, 주제는 ‘Hands(손)+품다’. 폐공장을 무대로 공예와 뉴미디어기술이 융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든다. 기획전엔 프로젝터 70여대를 동원한 국내 최대 규모의 미디어 작품이 나왔다. 세계관엔 한국 영국 독일 등 9개국이 참가했다. 10월 22일까지이고, 입장료는 성인 1만원. 입장권으로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11월5일까지)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10월 23일까지) 입장권을 할인받을 수 있다.
빛나는 작은 미술관 투어
‘세계 3대 미술관’은 모르는 이가 별로 없지만, ‘한국 3대 미술관’ 같은 건 아무도 꼽지 않는다. 올가을엔 국내 미술관에 눈을 돌려 보자. 대단한 전시를 기대하는 건 아직은 무리다. 공간 자체가 매력적인 미술관들이 있다.
강원 원주 뮤지엄 산은 이름 그대로 산 속 미술관이다. 해발 275m 높이의 한솔 오크밸리 안에 있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미술관과 주변 풍경 자체가 대형 설치 작품. 문화체육관광부ㆍ한국관광공사의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지 100선’에 최근 두번 연속 뽑혔다. ‘빛과 공간의 예술가’인 세계적 설치작가 제임스 터렐의 특별관이 있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기획전인 ‘종이가 형태가 될 때, 종이 조형전’도 열린다. 월요일 휴관하고, 입장료는 성인 2만8,000원이다.
‘예술에 눕는 공간’을 내세운 강원 강릉 하슬라 아트월드도 명소. 하슬라는 삼국시대 강릉의 지명으로 ‘해밝음’이라는 뜻이다. 동해를 마주한 해안절벽 위 25만㎡(7만7,000평) 부지를 미술관, 조각 공원, 호텔, 카페가 들어선 예술 공간으로 꾸몄다. 현대 미술 작품 200점이 전시된 미술관을 둘러보면 바다 위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피노키오ㆍ마리오네트 박물관도 독특하다.
제주 서귀포 안덕면 본태박물관엔 살바도르 달리, 파블로 피카소, 구사마 야요이, 이브 클라인, 페르낭 레제 등 거물 작가들의 작품이 있다. 역시 안도 다다오가 설계해 물과 빛, 노출 콘크리트가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안덕면엔 세계적 건축가인 이타미 준이 설계한 물ㆍ돌ㆍ바람 미술관이 있다. 충남 아미 미술관은 폐교인 옛 유동초등학교 부지에 지었다. 농촌 마을 한가운데 현대 미술관이 자리잡은 색다른 풍경이 지난해 13만명을 끌어들였다.
비엔날레ㆍ미술관, 똑똑하게 둘러보기
미술을 즐기자니 마음의 문턱이 여전히 높은가. 어쩐지 두려운가. 문화예술 교육컨설팅 업체인 에이트인스티튜트 박혜경 대표의 조언을 들어 보자.
▦비엔날레ㆍ전시가 어렵게 느껴지는 건 현장에서 눈으로만 보려 하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도슨트(해설자)의 도움을 받자. 전시 핵심을 정리한 안내지도 빼놓지 말자. 3분이면 훑어볼 수 있다. 현장 관계자에게 물어보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꼭 봐야 하는 작품을 꼽아 주세요’ 같은 질문을 해 보자.
▦요즘 비엔날레ㆍ전시는 친절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정보를 찾아 보고 가자.
▦많은 작가의 작품이 나오는 비엔날레는 초보자가 소화하기 힘들다. 먼저 작가를 알아야 한다. 화제가 되는 개인전을 챙겨 보고 평론을 읽어 취향을 파악한 뒤 큰 미술관에서 소장품을 찾아 보자. 그렇게 익숙해지면 작품을 그냥 보는 게 아니라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좋아하는 영화, 공연은 몇 번씩 보면서 전시는 왜 한 번만 보나. 좋은 전시는 여러 번 보자. 반복해 보면서 동행한 친구, 아이에게 자기 느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안목이 생긴다. 동행인들끼리 전시장에서 붙어 다니지 않아도 된다. 취향도 호흡도 서로 존중하자.
▦깊은 인상을 받은 작품은 사진을 찍어 두고두고 보자. 음악 듣는 것처럼. 미술과 친해지는 쉬운 방법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현지호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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