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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이유 있는 왕의 귀환, 링컨 컨티넨탈

입력
2017.09.24 18:06
지난해 말 링컨의 컨티넨탈 출시는 '신의 한 수'였다. 사진=조두현 기자
지난해 말 링컨의 컨티넨탈 출시는 '신의 한 수'였다. 사진=조두현 기자

링컨이 최근에 가장 잘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 컨티넨탈의 부활이다. 현재 구글 이사회 소속인 포드의 전 CEO 앨런 멀럴리가 2011년 머큐리를 없애면서 링컨도 같이 사라질 뻔했다. 그의 뒤를 이은 마크 필즈가 당시 앨런을 말리지 않았더라면 컨티넨탈도, 지금의 링컨도 역사 속에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링컨의 기함인 컨티넨탈은 14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컨티넨탈’이란 이름은 낯설진 않다. 항공사 이름이기도 하고 타이어 회사 이름이기도 하고, 벤틀리에도 컨티넨탈이 있다. 컨티넨탈은 ‘유럽 대륙의’ 혹은 ‘미국 대륙의’란 뜻이다. 어느 쪽이든 국가를 넘어 대륙을 대표한다는 거대한 야망이 깃들어 있다. 링컨 컨티넨탈은 미국을 대표하는 고급차다. 1940~1950년대에 나온 초창기 모델은 독특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완성했다. 당시 나온 일부 모델은 롤스로이스보다 비쌌다. 존 F. 케네디와 엘리자베스 테일러, 엘비스 프레슬리 등의 미국 유명 인사들이 컨티넨탈을 탔다.

컨티넨탈에선 더 이상 ‘스플릿 윙’ 그릴을 볼 수 없다
컨티넨탈에선 더 이상 ‘스플릿 윙’ 그릴을 볼 수 없다

석유 파동 이후 컨티넨탈은 슬럼프에 빠졌다. 1980년대 들어 7세대 모델은 한 단계 작아졌고, 이어서 앞바퀴굴림으로 구동 방식을 바꾸었다. 고급차를 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고 만든 것이다. 컨티넨탈의 빈자리는 타운카가 오랫동안 대신했다. 링컨은 MKS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그리 효과적인 대안은 되지 못했다. 결국 14년 만에 오리지널 기함이 다시 돌아왔다. 플래그십의 명성은 제대로 부활했다. 지난해 말 출시된 컨티넨탈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397대가 팔리면서 링컨 전체 판매량의 30%를 장악했다.

새로운 링컨의 겉모습은 대체로 크고 뭉툭한 느낌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건 링컨이 거의 10년 동안 고수해 온 ‘스플릿 윙’ 그릴을 던져버렸다는 것이다. 그 자리를 링컨 마크를 패턴으로 삼은 촘촘한 그릴이 갈음했다.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한 듯 두툼해진 보닛 위엔 소심한 선 하나가 볼록 올라와 약간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직선의 옆 차체 라인은 E-랫치(E-latch)도어 핸들과 평행을 이룬다. 핸들의 철컥거리는 소리와 촉감이 고전적이면서 독특하다. 문은 살짝 닫아도 전기 모터가 깔끔하고 우아하게 마무리해준다. 리어 램프가 연결되는 ‘일자 눈썹’은 링컨 고유의 디자인이다. 헤리티지를 잘 살렸다.

두툼한 스티어링휠 하며 실내는 전형적인 미국차의 모습이다
두툼한 스티어링휠 하며 실내는 전형적인 미국차의 모습이다

안을 들여다보면 기함이란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도록 곳곳에 신경을 쓴 흔적이 드러난다. 도어 패널의 시트 포지션 조절 버튼은 메르세데스 벤츠에서 많이 보던 모양이긴 하지만 굉장히 편리하다. 호화 전용기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는 시트는 30개의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허벅지를 지탱하는 부분도 좌우로 각각 독립해 움직인다. 이렇게 세세하게 조절하려면 이 디자인밖에는 방법이 없어 보인다. 정형외과 의사들이 참여해 개발했다는 액티브 모션 마시지 기능은 장시간 운전에 지친 허리와 허벅지 근육을 달래준다.

독특한 모양의 시트. 날개를 펼친 나비의 모습이 연상된다
독특한 모양의 시트. 날개를 펼친 나비의 모습이 연상된다

시트엔 ‘브리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사의 딥소프트 가죽을 입혔다. 16시간 동안 건조와 연화 과정을 거쳐 부드럽고 탄탄하다. 브리지 오브 위어는 1905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가죽 가공 회사다. 이곳은 자사 반경 480㎞ 이내에서 자란 소의 가죽만 사용하는데, 이유는 이 지역 기후가 서늘해 모기가 없기 때문이다. 컨티넨탈 시트의 가죽은 그만큼 흠집이 없고 말끔하다. 다만 시트에 각인된 반복되는 링컨 로고 패턴은 다소 현란하게 다가온다.

버튼식 변속기는 센터 콘솔에 넓은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컵홀더 옆에 길게 파인 홈 덕에 더 이상 스마트폰을 컵홀더에 두지 않아도 된다. 센터페시아의 다양한 온도 조절 버튼은 이 차 안에선 언제나 쾌적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그 위의 인포테인먼트 화면 크기는 요즘 나오는 고급 세단 치고 큰 편은 아니나 필요한 기능은 모두 들어있다.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The Lincoln Lawyer >를 보면 극 중 주인공이자 변호사로 미키 할러(매튜 매커너히)가 등장한다.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그는 운전사를 두고 링컨 타운카의 뒷자리에 앉아 이동 중에 바쁜 업무를 처리한다. 속물 변호사인 그가 링컨을 타는 이유는 남의 시선과 허세를 즐기려는 이유도 있지만, 타운카의 뒷자리가 넓고 편해서이기도 하다.

컨티넨탈의 뒷자리도 다르지 않다. 뒤에서의 승차감은 물 위를 떠가듯 부드럽고 무릎 공간은 여유롭다. 등받이 시트 각도는 앞뒤로 조절할 수 있다. 뒷자리 승객은 거대한 콘솔에 촘촘히 박힌 버튼으로 차의 시동을 켜고 끄는 것 이외에 거의 모든 걸 할 수 있다. 온도, 미디어, 마사지, 심지어 파노라마 선루프와 뒷유리 햇빛 가리개까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 8,000만원 대에서 만나기 어려운 쇼퍼드리븐이다.

주행 감각은 영락없는 미국 대형 세단이다. 서스펜션의 탄성은 2.1톤이 넘는 이 거구를 부드럽게 들었다 놓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매직 보디 컨트롤’이 생각날 정도로 울퉁불퉁한 거친 노면도 매끈하게 달린다. 시승차는 3.0ℓ V6 트윈터보 엔진을 가로로 배치했고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했다. 초반 가속 시 ‘턱’하는 변속 충격이 이따금 생긴다.

구동 방식은 앞바퀴굴림 기반의 네바퀴굴림이다.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 시스템’이 적용돼 있는데, 예를 들어 급하게 코너를 돌아나갈 때, 바깥쪽 뒷바퀴에 토크를 많이 전달해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거대한 몸집에 비해 예상보다 자세가 크게 흐트러지진 않는다. 여기엔 연속 제어 댐핑(CCD)이 적용된 ‘링컨 드라이브 컨트롤’ 기능 덕이 크다. 도로 변화와 운전 스타일을 0.02초마다 감지해 그에 맞는 핸들링을 제공한다. 가변식 스티어링의 조향비는 저속에서 낮아지고 고속에서 높아지는데, 안정감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웰컴 백(Welcome back)! 잘 돌아왔다. 컨티넨탈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물론 마크 필즈가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었겠지만, 링컨은 컨티넨탈을 잘 부활시켰다. 미국차 특유의 부드러움과 여유로움, 그리고 곳곳에서 드러나는 꼼꼼한 배려심이 좋다. 플래그십에는 지휘관이 타고 있는 법. 앞으로 링컨이 어떤 항해를 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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