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우리 식자재 써달라” 상품권으로 학교 영양사 유혹

입력
2017.09.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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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ㆍCJ 등 유통업체들

자사 제품 구매유도하다 적발

정부는 특별조사 실시 예정

대기업 식자재 회사들의 상품권 유인 흐름도.
대기업 식자재 회사들의 상품권 유인 흐름도.

풀무원과 CJ그룹 계열 식자재 유통회사들이 학교 영양사들에게 상품권을 뿌렸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푸드머스(풀무원 계열사)와 소속 10개 가맹사업자, CJ프레시웨이 등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푸드머스에는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푸드머스와 가맹사업자들은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수도권 지역 148개 학교 영양사들에게 총 4억7,491만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제공했다. 학교 급식에 쓰이는 식자재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영양사는 필요한 식재료의 구체적 내용을 적은 주문서를 작성하게 된다. 이들 업체는 영양사들에게 상품권을 제공하며 주문서에 자사 제품을 기재하도록 유도했다. 푸드머스는 학교별로 최대 2,000만원어치의 상품권을 제공했고, 1,000만원 이상의 상품권을 준 학교도 9곳에 달했다.

CJ프레시웨이 역시 같은 방식으로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국 727개 학교 영양사들에게 2,974만원어치의 영화 상품권을 뿌렸다. 공정위는 이 같은 대기업 계열 식자재 유통회사들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이익에 의한 고객 유인행위’라고 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는 품질과 가격을 기준으로 상품을 선택하는 행위를 방해해 건전한 경쟁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상품권 비용이 결국 식재료 가격에 전가돼 학교ㆍ학부모ㆍ학생들이 피해를 본 셈”이라고 강조했다.

식자재 회사들이 상품권을 미끼로 영양사를 유인하는 영업 방식은 학교 급식 현장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에도 공정위는 3,197개 학교에 상품권을 뿌린 대상(과징금 5억2,000만원 및 시정명령)과 99개교에 상품권을 제공한 동원 F&B(시정명령)를 제재한 바 있다. 이번에 적발된 영양사들의 비위사실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ㆍ지난해 9월부터 시행) 시행 이전에 발생, 김영란법상 처벌 대상은 아니다.

한편 교육부는 대형식품업체와 학교 급식관계자 간 불공정행위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25일 시ㆍ도교육청 관계자들과 특별조사 실시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교육부는 조사를 통해 부정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징계 요구 등 엄중 조치할 예정이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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