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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성교육] “성 담론 야하다는 생각, 부모부터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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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부터 성(性)이라고 하면 호텔, 모텔을 떠올리고 남녀 결합만 연상할 거예요. 그러니 아이들과 대화하려면 말문이 막히는 건 당연하죠.”
가족상담 전문가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교수는 “성교육은 인성교육과 가족소통의 일환이어야 하며, 성공적인 성교육의 전제는 부모의 인식 변화와 노력”이라고 강조한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자문위원, 서울가정법원 협의이혼상담위원,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11일 서울 종로구 숭실사이버대 연구실에서 만난 이 교수는 “월경, 발기, 사정이 다 빨라지고 정보도 넘치는 등 아이들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공교육과 부모들의 인식은 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보니 현실의 성교육에 큰 공백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은 에너지와 방향을 지니고 있어서 통제가 잘못되거나, 공격적이거나 무지한 방향으로 가면 성범죄 등 풀기 난해한 문제가 돼 버립니다. 한번 문제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평생 몸과 정신을 지배하죠. 그러니 해법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교육뿐인데, 대화와 교육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해요.”
부모들이 성에 관한 대화를 꺼리거나 어렵게 여기는 것은 한 마디로 ‘스스로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금 부모세대가 성교육에 관해 배웠던 유일한 것은 가사 책에서 ‘정자가 난자를 만나러 갑니다’하는 식의 피상적 내용이나, ‘너 조심해, 임신하면 절대 안돼’, ‘여자 임신시키면 안돼’ 등의 꾸중 뿐”이라며 “성인이 되고 나서도 대다수는 인터넷에서 본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것들을 검색하고 마는 수준의 정보습득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준비 안 된 자녀 성교육은 실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가장 대표적인 실수가 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자녀를 인격적으로 무시하거나, 심지어는 무의식적으로 성차별, 성희롱 발언을 일삼는 것이다. “예컨대, 소위 포르노 보는 걸 발견하더라도 인격적으로 무시하지 않는 것, 즉 부끄러움이나 한심함 등의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관건이에요. 부모와 대화하기 싫어하고 숨어서 본다면 문제는 더 나빠지죠. ‘너는 여자(남자)가 왜 그러냐’, ‘얼굴이 못생겨서 공부를 잘해야 돼’ 등의 성차별, 성희롱적 발언을 집에서 공공연히 하고 있지 않은지도 돌아보세요.”
부모부터 먼저 성을 진지하게 고민하기로 했다면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성은 야하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이 교수는 “우린 타고날 때부터 젠더와 섹스, 생식기관을 다 가지고 나는데 건강하지 못한 정보만을 1차 정보로 습득했기 때문에, 자극이 덜한 다른 정보로는 쉽게 생각을 교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기꺼이 내 성적 관심은 어떻게 표현하는 게 건강한지, 상대방이 싫어할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떤 성생활이 건강하고 행복한지 등을 침착히 고민하며 성인지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래야 아이들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하는 능력도 함께 자랍니다.”
그는 부모들이 제대로 배울 교재나 기관, 프로그램이 없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일부 학교, 교회 등에서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교육 교양 강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포르노를 방불케 하는” 우스갯소리만 하는 강의도 적잖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 성교육표준안이 제대로 돼 있으면 그걸 보고 노력하고자 하는 부모들이라도 참고하고 배울 텐데 현행 표준안은 생식기나, 성적 감정에 대한 이야기, 생리혈, 정액 등에 대한 실제 담론이 너무 부족한 상태”라며 “전면적 손질을 거쳐 연령별로, 학교별로, 부모들도 함께 참고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노력만 한다고 성교육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마음 같아선 음란물 등 유해한 정보를 모두 통제하고 싶겠지만, 완벽한 통제는 없어요. 나름의 기준을 정하고 최소한의 방향 제시를 하는 정도겠죠. 그래서라도 결국 부모가 평생 성교육 교사 역할을 해야 합니다. 끊임없는 고민, 그게 우리 의무이고 기능이고 역할이에요. 힘들지만 어쩌겠어요. 어른으로 산다는 게 그런 거잖아요.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는 것.(웃음)”
김혜영 기자
김주은 인턴기자(고려대 컴퓨터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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