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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적 코피노 캐릭터, 해도 너무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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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공모전 수상작
‘필리핀 빈민가서 태어나…’
노출 심한 의상 등 성적 묘사
“한국인 낯부끄러운 줄 몰라”
네티즌 거센 비난 쏟아지자
업체 “물의 일으켜” 수상 취소
국내 한 게임업체가 선정적인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자녀) 캐릭터를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 수상작으로 뽑아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업체는 뒤늦게 수상을 취소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그간 잦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던 게임업계에 “도를 넘을 대로 넘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게임 전문업체 ‘넥스트플로어’는 7월부터 이달 초까지 ‘데스티니차일드’(2016년 출시 게임) 일러스트레이션 공모전을 열어 12일 수상작 108건을 선정했다. 문제가 된 캐릭터는 특별상에 뽑힌 ‘피노 델 미트파이’라는 캐릭터. ‘코피노 출신’이라는 설명과 함께 “필리핀 빈민가에서 태어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XXX 수입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소개됐다. XXX는 성매매로 추정된다.
지원자는 “자신과 엄마를 버린 아빠를 찾아 죽이기 위해 밀입국을 하다 밀항선 안에서 인신매매 범죄집단 일원에게 장기가 적출된 뒤 한국 영해에 버려진다”고 부연했다. 해당 캐릭터에는 “마스크가 호감형이라 캐릭터 매력을 잘 전달해준다”는 평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성범죄 피해자인 코피노까지 ‘모에화(萌え化·캐릭터를 귀엽거나 섹시하게 만든다는 일본식 표현)’하는 건 가히 엽기적”이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직장인 임승연(28)씨는 “한국인의 낯부끄러운 성매매 실태를 굳이 캐릭터로 형상화하는 것도 모자라, 상까지 주는 건 피해국가인 필리핀에도 모욕을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한 데 대한 비판도 거세다. 캐릭터는 속이 훤히 비치는 상의를 입고 있어 가슴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등 신체 상당부분을 노출하고 있다. 직장인 심모(27)씨는 “코피노까지 성적으로 묘사하고 인신매매 범죄집단에 희생된다는 설정을 보면 뭣이 잘못인지조차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비판이 트위터 등 SNS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로 쏟아지자 업체는 15일 오전 “특별상 수상을 취소한다.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14일 오후까지 600개가 넘는 게시물이 달렸던 해당 캐릭터 페이지도 이미 삭제한 상태다.
게임업계가 선정성으로 비판을 받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캐릭터를 과도하게 노출시켜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인 게 여러 번이다. 지난해 7월 출시된 ‘서든어택2’(넥슨코리아)는 선정적인 옷차림을 한 여성 캐릭터가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자세로 죽는 설정으로 도마에 오르자 출시 두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난달에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모바일게임 ‘큐라레: 마법도서관’(스마일게이트)가 내놓은 비키니 차림 여성 캐릭터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며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실장은 “성매매, 근친살인, 장기매매, 토막살인 등 가능한 모든 가학적 이미지를 총동원한 것도 모자라 이를 ‘여성 코피노 캐릭터’에 투영시켜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게임업계의 선정성 경쟁에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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