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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상복합 비상용 승강기 독점 ‘입주민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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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용 승강기에 카드 키 설치
공용 주차장엔 아파트 전용 팻말
상인 접근 원천 봉쇄 수년째 마찰
법원 “한 대뿐인 비상용 독점 안 돼
비상시에 개방 주장도 비합리적“
“같은 건물 엘리베이터 4대 중 3대는 강남 사는 부자만 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네 / 강남 사는 부자는 엘리베이터를 쇠때로 잠가 놓고 자신들만 사용하네 /…(중략)/아! 나도 다음 세상에선 강남 부자로 태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어라” (‘강남 사는 부자 너무하네1’)”
2015년 7월 서울 강남 도곡동 한 유명 주상복합 건물 내부에 ‘고려가요’ 형식을 차용한 ‘강남가요’ 포스터가 나붙었다. 입주민 행태를 풍자한 항의 포스터를 붙인 건 다름 아닌 이 건물 상인들. 주상복합 건물 내 입주민과 상인은 건물 준공 직후인 2007년부터 엘리베이터와 지하주차장 등 사용을 놓고 수 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던 중이었다.
마찰 원인은 ‘비상용 엘리베이터’ 사용문제.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인 이 건물에는 엘리베이터 총 4대가 설치돼 있었다. 지상 4~20층을 쓰는 입주민(96세대)과 지하 2층~지상 3층에서 영업하는 상인(41개 점포) 수를 감안해 4대 중 2대는 4층 위로만 출입구가 나 있는 입주민 전용으로, 다른 1대는 상가 층만 출입구가 있는 상인 전용으로 쓰도록 했다. 3대와 달리 전층 운행하도록 설계된 비상용 엘리베이터 때문에 사달이 났다.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화재가 났을 때 소방활동과 구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로, 높이 31m가 넘는 건물은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소방시설법은 비상대피시설을 임의 폐쇄하거나 훼손하면 과태료를 부과하게끔 하고 있다.
그런데 입주민들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독점하면서 싸움이 붙은 것이다. 입주민들은 “입주할 때 시공사와 엘리베이터 3대를 쓰는 조건으로 계약했다”며 카드 키를 써야만 출입이 가능한 현관문을 비상용 엘리베이터 쪽에 설치해 상가 측 접근을 막았다. 비상용 엘리베이터와 연결돼 있는 비상계단과 지하주차장 쪽 출입구에도 자물쇠를 채우면서 양측 갈등이 격화됐다. 상가 측은 “공유설비에 잠금장치를 하면 사고 발생시 대피가 원천봉쇄 된다”고 반발했다.
공용으로 분류된 지하 4층 주차장 이용 방식도 분쟁거리였다. 입주민 측이 지하 4층 주차장을 절반으로 나눠 한쪽에 ‘아파트 전용’ 팻말을 단 뒤, 출근 등으로 입주민 차량이 빠져 나간 낮 시간에도 아파트 전용 절반 구역을 상인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갈등이 커졌다.
다툼은 결국 법정까지 갔다. 상가 측은 지난해 비상용 엘리베이터ㆍ주차장과 관련해 입주민을 상대로 사용방해금지청구 소송을 냈다. 입주민 측은 “입주 당시부터 입주민 전용으로만 사용돼 왔고, 전층 운행 엘리베이터를 공동 사용하면 외부인들이 아파트 복도까지 임의로 출입해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며 “비상 상황이 생기면 그때 가서 개방하면 된다”고 맞섰다.
서울고법 민사33부(부장 유해용)는 3일 ‘입주민 갑질’이라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비상용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은 전층에 출입구가 설치 돼 있어 구조상 전원이 이용 가능함에도 인위적인 방법으로 상가 측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물에 설치된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한 대뿐인데 이를 입주민만 사용한다면 상인들이 쓸 수 있는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전혀 없는 셈”이라며 “비상시에만 개방한다는 주장은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사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하주차장에 대해서도 “공유자가 용도에 따라 그 지분비율과 관계없이 공용부분 전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가 측 손을 들어줬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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