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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폐기 땐 5년간 수출 30조원 손실…수입도 줄어 美 기업 더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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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산업 133억달러 손실 치명타
일자리 24만개 감소 추정
한국산 상품 이미지ㆍ신뢰 추락
美 의회 폐기 반대 기류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국내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내 상황 등을 고려하면 관철이 쉽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 한미 FTA가 폐기될 경우 향후 5년간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손실액이 약 30조원에 달하고 국내 일자리 24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FTA 폐기로 국내 기업 보다는 미국 기업들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3일 한국경제연구원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한미 FTA가 종료될 경우 202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총 수출손실액은 269억달러(약 30조1,414억원)에 달하고 국내 일자리는 24만개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미 FTA로 피해가 가장 큰 국내 산업은 자동차 분야로 손실액이 133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기계 47억달러, 정보통신기술(ICT) 30억달러, 석유화학 18억달러, 철강 12억달러, 가전제품 11억달러, 섬유 10억달러, 법률서비스 8억달러 등 순이었다.
한미 FTA가 폐기되면 관세율은 협정 발효 전으로 원상복귀 돼 한국산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대미 수출 감소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이동복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한미 FTA로 관세가 철폐됐던 가전제품과 기계 부품류, 전기제품 등이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미국처럼 큰 시장과 맺었던 FTA가 폐기되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 브랜드의 이미지 또한 크게 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미 FTA가 폐기되면 대미 수출보다 수입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양국은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상호 적용하게 되는데 미국의 대 한국 관세율은 1.6%인 반면 우리나라의 대미 관세율은 4%로 더 높기 때문이다. 결국 FTA가 폐기되면 미국산 제품의 대 한국 수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한미 FTA 발효 전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은 8%로, 한국산 자동차(2.5%) 보다 3배나 높았다. 다만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의 미국시장 판매율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까지 부활하면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FTA 폐기에 따른 한미 간 교역 감소는 결국 산업 효율성 저하에 따른 소비자후생 및 총생산 감소로 이어져 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정부가 한미 FTA 폐기를 선언한다고 해서 즉각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 정부는 한미 FTA 종료 의사를 우리 정부 측에 서면으로 통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FTA 협정문(제24조)에 따르면 한미 FTA는 한쪽의 협정 종료 서면통보로부터 180일 후에 종료된다. 우리 정부는 서면 통보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양국은 요청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를 공식 폐기하려면 미 의회의 동의도 받아야 한다”며 “미 의회가 한미 FTA 폐기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 마음대로 폐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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