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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동북아 안보 지형 흔드는 ‘게임 체인저’ 노림수

입력
2017.09.0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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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한미동맹 교란

美와 대등한 핵보유국 입장서

군축협상 벌이겠다는 의도

북한이 6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미국과 대등한 핵 보유국 입장에서 핵 동결이 아닌 군축 협상을 벌이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번 핵실험을 통해 수소탄 탄두 완성 가능성을 높인 데다 조만간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확보할 경우는 더욱 큰 문제다. 북한이 동북아 안보지형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게임 체인저’를 노린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이 ICBM과 핵탄두 개발을 통해 게임 체인저로 인정 받을 경우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다. 미 본토를 겨냥해 핵탄두를 장착한 ICBM 능력은 한미가 상정한 북한의 ‘레드라인’이다. 이 레드라인이 확보될 경우 북한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고 종국적으로 한미동맹을 흔들어 핵 우산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으로 ‘첫 수소탄 실험 성공’을 발표한 후 같은 해 9월 9일 5차 핵실험을 진행하고 또 1년 만에 핵실험을 강행했다. 최근 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을 두 차례 시험 발사해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능력을 과시해 온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3일 “북한이 수소폭탄에 ICBM까지 완성하면 한반도 정세가 근본적으로 바뀐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이 미국 동부까지 타격하는 능력을 보여줄 경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미국은 개입 여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본토 특히 수도인 워싱턴이 북한의 사거리 안에 들어온 상황에서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고 한국에 대한 보호에 나서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에 노출될 경우 한국과 일본 등에 대한 핵 우산 제공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북한이 핵 보유국으로 진입하게 될 경우 동북아 정세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다. 한반도 주변에서 ‘핵 도미노’ 현상으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중국이 유일한 동북아 핵 보유국이지만, 북한의 핵 보유가 현실화하면 당장 우리나라에서도 ‘공포의 균형’ 차원에서 전술 핵 재배치 재검토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 이미 보수 야당에서는 안보 주권 차원에서 독자 핵 무장론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도 이를 빌미로 핵 무장에 나설 경우엔 동북아에서 핵 무장론이 제기되면서 안보 불안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주변국가의 핵 무장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은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핵 동결이 아니라 군축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한국을 제외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정권의 안정을 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미국 일각에선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언급했던 것처럼 북핵 동결의 대가로 주한미군 철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게임 체인저로 인정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북핵 동결의 대가로 주한미군이 철수할 경우 한반도에서 남북간 힘의 균형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상당히 위협적이다.

외교통상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아직까지는 북한이 ICBM을 정상 각도로 더 멀리 날려야 하는 등의 수순이 남아 있다”며 “게임 체인저라는 말을 하기보다 우리 정부도 플랜B와 같은 대비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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