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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도발 수위 높아지는데… 미로에 빠진 ‘文샤인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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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전환점 찾지 못한 채
청 “당분간 대화는 어렵다” 입장
한반도 비핵화 기조 변화 없지만
“실질적 능력 필요” 쓴소리도 나와
북한이 계속된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기로에 섰다. 그간 ‘대화와 제재의 병행’이라는 대북정책 기조 속에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한 해법을 모색해 왔지만, 북한이 결국 ‘레드라인’을 넘었다는 평가가 많아 정책 기조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 등 군사적 대응에 대한 언급은 삼간 채 대화 중심의 정책적 기조를 큰 틀에서 유지할 뜻을 밝혔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3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결과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등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북핵ㆍ미사일 계획 포기를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추진 등 모든 외교적 방법 강구 ▦북핵 시설과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우리 군의 타격능력 과시 ▦미군의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 전개 방안 협의 등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응징’, ‘분노’ 등과 평소에 사용하지 않은 표현으로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가 장기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겠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거나 대화의 끈을 완전히 자른 것은 아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긴 호흡으로 봐야 한다”며 “전략적 목표와 전술 단계에서의 각 국면에 대한 대응은 다르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계속 도발한다면 대화는 당장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것이고, 북한의 도발 강도에 따라 우리의 압박과 제재의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해 당분간은 남북대화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면 남북 간 상당기간 대화는 불가능해지며 우리가 5년 단임 정부임을 생각하면 사실상 대화가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북한이 무반응으로 일관하면서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를 좀처럼 찾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월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골자로 하는 베를린 구상을 발표했다. 또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과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한반도의 운명은 대한민국이 쥐어야 한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다. 우리 정부가 운전대를 잡기도 전에 북한은 ICBM급 미사일 발사와 괌 포위사격 위협, 일본 상공을 통과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등 도발을 지속해 왔다. 특히 북미 간 ‘말 폭탄’ 교환으로 미국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 등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동안 한국이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ㆍ사드) 배치 이후 한중관계까지 악화하면서 중국을 통한 대북 레버리지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대화를 앞세운 정부의 외교ㆍ안보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갖추고 대화를 제의해야 북한이 응할 수 있다”며 “진보ㆍ보수를 넘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미국에 한시적 전술핵 재배치나 한미 핵 안보조약 체결 등을 강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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