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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묶었지만... 거래절벽-풍선효과 후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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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대책 발표 이후 한 달
매수자 추가하락 기대 속 관망
강남 재건축 2억 낮춘 급매물도
수도권 비규제 지역은 호가 올라
#2
분양시장은 실수요가 견인
수도권-부산-대전 청약 몰려
역대 가장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평가 받는 ‘8ㆍ2 대책’이 발표 된지 한 달이 됐지만 부동산 시장의 충격과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매도자들은 집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매수자들은 추가 가격 하락을 기대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주택 시장에는 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이른바 ‘거래 절벽’이 나타나고 있다.
8ㆍ2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수억원씩 빠진 ‘급급매’가 일부 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8ㆍ2 대책을 비켜간 수도권의 비(非)규제지역은 오히려 호가가 오르는 등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거래와 공급 절벽, 초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태에서 수요 억제만 하다 보면 잠시 숨죽인 강남권을 중심으로 오히려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4% 하락했다. 정부 대책 발표 이후 3주 연속 하락세다. 부동산114의 통계로는 8월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하진 않았지만 상승세는 눈에 띄게 둔화했다. 5월 0.71%, 6월 1.58%, 7월 1.50%로 상승 폭이 커졌다가 대책이 발표된 8월 이후 0.53%로 오름세가 확 꺾였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는 대책 발표 직후 고점 대비 1억~2억원씩 떨어진 ‘급급매’가 나오는 등 요동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나 서초구 반포 주공1단지 등은 사실상 거래가 중단돼 중개업소들이 ‘개점 휴업’ 상태다. 실제로 대책 발표 후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주공1단지 경우 7월 거래건수는 총 41건을 기록했지만 이후 대책 발표 첫날인 8월2일 전용 49㎡와 58㎡가 각각 1건을 기록한 게 전부다. 주공4단지는 지난달 44건을 기록하고 대책 발표 후 거래건수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8ㆍ2 대책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 강남권에서도 단지별로 가격이 엇갈리고 있다.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재건축 심의를 앞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용 76㎡의 경우 대책 직후 급매물이 나오며 14억원까지 가격이 떨어졌지만 최근엔 다시 호가가 올라가고 있다. 단지 인근의 K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 도계위 심의를 앞두고 거래가 4건이 성사되면서 최근 가격을 올려 팔겠다는 매도자들이 나오고 있다”며 “15억원대 물건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강남권과 함께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용산ㆍ마포ㆍ성동구 일부 단지도 대책 이후 호가가 내리지 않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대책 이후 용산구는 0.03%, 마포구는 0.06% 가격이 오히려 올랐다. 다주택자인 집주인들이 ‘세금폭탄’을 피해 매물을 조금씩 내놓고는 있지만 상당수의 다주택자들은 정부의 추가 대책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집값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8ㆍ2 대책 여파로 기존 주택 매매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었지만 분양시장은 달랐다. 서울에서는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실수요자가 분양시장을 떠받치고 있고 수도권과 부산, 대전 등 지방 인기지역은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서울에서 처음 분양된 아파트인 마포구 ‘공덕 SK리더스뷰’는 평균 34.6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올해 서울 지역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은평구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37.98대 1), 영등포구 ‘보라매 SK뷰’(27.7대 1) 등에 뒤지지 않았다.
경기 성남고등지구 ‘호반베르디움’은 평균 경쟁률 22대 1을 기록했고 부산시 서구 ‘대신2차 푸르지오’는 평균 254.82대 1의 경쟁률을 찍었다. 대전시 유성구 ‘반석 더샵’은 평균 57.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 2010년 이후 대전에서 분양된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일부 다주택자들은 오히려 현재를 주택 매입의 적기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들 가운데 무리한 대출이 없는 투자자나 여러 채 주택을 보유할 정도로 자금 능력이 있는 이른바 ‘큰 손’들의 경우 양도소득세 중과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양도소득세는 거래가 발생해야만 과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집을 팔지 않으면 세금 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특히 강남권의 경우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멸실되는 주택이 많아지는 반면,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버티다 보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게 다주택자들 사이의 분위기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8ㆍ2 대책이 단기적으로 투기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가격 폭등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규제 정책으로만 일관하다가는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경기 침체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서울은 공급을 해야 하는데 수요 억제만 하다 보니, 나중에 규제가 풀리면 가격이 올라갈 수도 있다”면서 “정부가 앞으로 전월세상한제와 가계부채종합대책, 주거복지로드맵 등 규제 정책으로만 간다면 부동산 시장 침체와 함께 경기 침체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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