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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증식 정책상품들 ‘출시-퇴출’ 악순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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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대적으로 홍보한 재형저축
외명당하자 지난해 판매 중단
당국은 해지자 현황 공개 거부
신상품 ISA는 벌써 ‘실패작’ 평가
#2
“장기 정책 아닌 이벤트로 본 탓”
실패하면 폐기 대신 재설계 고려를
#. 35살 직장인 김모씨는 2013년 3월 연 4%대 금리의 재형저축에 가입했다가 지난해 3월 금리가 2% 초반으로 반토막나자 바로 해지했다. 가입 후 3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바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하락 폭이 너무 커 만기(2020년)까지 버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신 김씨는 때마침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로 갈아탔다. 금융사가 알아서 투자해 주고 5년만 버티면 세제혜택도 준다는 말에 혹했지만 김씨의 상품은 고위험군 임에도 여전히 수익률이 1%대다. 김씨는 “정부 도움으로 종잣돈을 모아 볼까 싶어 돈을 맡겼지만 이제는 내 소신껏 투자할 생각”이라며 “상품을 내놓을 땐 떠들썩하다가 관심이 낮아지면 나 몰라라 하는 정부에 실망했다”고 말했다.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을 불려주겠다며 줄줄이 나왔던 ‘정책 캠페인’성 금융상품들이 출시와 퇴출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문재인정부도 연일 포용적 금융 등을 외치며 국민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나와있는 상품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가입자는 7월 말 기준 221만5,187명(누적 가입금액 3조9,468억원)으로 작년 3월 출시 후 첫 넉 달간(236만명) 모은 규모보다 줄었다. 특히 작년 12월부터는 내리 8개월간 계약해지가 가입자보다 더 많은 상태다. 매년 2,000만원까지 한 계좌에 여러 금융상품을 담아 5년간 얻은 수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는, 정책형 자산증식 상품으론 가장 ‘신상(신상품)’이지만 벌써 실패작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앞서 비슷한 취지로 선보였던 상품들도 낙제 수준이다. 2013년 3월 나온 재형저축은 연봉 5,000만원 이하 서민을 상대로 비과세 혜택을 내세웠지만 의무 가입기간이 7년으로 길고 금리 매력도 없어 외면당하다가 2016년 1월부터 판매가 중단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폐지 전 계좌수가 156만개 정도 됐고 이후 해지자가 늘고 있다”면서도 정확한 현황은 공개하기조차 거부했다.
연간 600만원 한도로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를 해주는 ‘소득공제장기펀드’도 2014년 3월 이후 해마다 순유출이 더 많은 상황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주식형펀드 기준으로 빠져나간 자금은 2014년 2조6,346억원, 2015년 4조4,261억원, 2016년 7조9,445억원, 올 들어 8월까지는 4조9,710억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런 정책형 상품을 계속 끌고 갈 하나의 ‘제도’로 보기 보단 단발성 ‘선심 이벤트’로 보는 게 반복된 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상품마다 낮은 수익률, 복잡한 설계, 긴 가입기간 등 보완점이 많을텐데, 근본적으로 정부는 일단 실패하면 재설계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가령 재형저축을 폐기 처분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을 보강해 ISA와 함께 대표적인 정책상품으로 키운다면 서민들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질 거란 얘기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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