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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세트 제작, 일본 후손이 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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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18.5km 떨어진 무인도. 이후경 미술감독은 지난해 직접 군함도를 찾았다. 방문 날짜는 공교롭게 3월 1일, 삼일절이었다.
“기형적인 느낌이었어요.” 이 감독 눈에 비친 군함도의 첫 인상이었다. 1974년 폐광된 뒤 무인도가 된 섬, 폐허가 된 회색빛 건물들. 그는 일본 만화 영화 ‘미래소년 코난’의 미래 도시 인더스트리아를 떠올렸다. 섬에 철벽을 두른 듯 사방을 감싼 콘크리트 벽과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섬을 가르는 돌산이 자연을 삼켜버린 듯했다.
10분의 1도 보지 못한 군함도
군함도를 보고 온 뒤 석 달 동안 영화 ‘군함도’ 디자인에 매달렸다. 자료가 많이 필요했다. 2015년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일반에게 공개됐다지만, 그 범위는 군함도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조선인의 슬픔이 서린 탄광 등은 제한 구역으로 묶어놨다.
이 감독은 생존자 인터뷰 자료 등을 뒤졌다. 그는 “군함도 노동자 할아버지를 둔 일본 후손들이 정보를 줬다”고 했다. 그렇게 모은 자료를 토대로 이 감독은 6만6,000㎡(1만9,900여평) 규모의 세트를 구상했다. 실제 크기의 3분의 2 규모였다. 장소는 강원 춘천역 인근 옛 미군 부대 부지였다.
세트 제작비만 40억 원… 소년 광부의 비극 ‘개미굴’
세트 제작은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해상용 컨테이너 120개를 며칠 동안 세트장으로 날랐다. 40~50m 높이의 돌산을 재현하기 위해서였다. 탄광 제작을 위해선 해외 자료를 찾았다. 징용된 조선인이 섬에서 어떻게 일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못 구해서다. 이 감독은 “인도에서 빈민들이 손으로 땅을 파 금이나 석탄을 캐는 사진”을 참고했다.
영화엔 ‘개미굴’이 등장한다. 웃통을 벗은 아이들은 높이, 좌우 폭 1m도 채 안 되는 굴에 들어가 석탄을 손으로 캔다. 작업하다 굴이 무너져 어린 광부가 죽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 감독은 “자료를 보니 군함도 광부들은 석탄을 캐러 해저 1,000m까지 들어갔는데 그 곳은 지열로 온도가 50℃까지 올라가는 데다 붕괴 위험이 높다”면서 “개미처럼 작은 굴을 파 몸집이 작은 9~10세 아이들을 들여보내 작업한 것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세트 제작에 들인 돈만 40억원이다. 이 정도면 작은 상업영화 한 편 제작비다. 석탄도 문제였다. 처음엔 검은색 페인트를 뿌리려 했다. 뿌려놓으면 그럴듯했지만, 막상 카메라로 찍으면 석탄의 검은색 느낌이 살아나질 않았다. 이 때문에 실제 석탄을 어마어마하게 가져다 써야만 했다.
고생이 더할 이유도 있었다. 세트 제작 작업 자체도 힘겨웠지만,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역사적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감독은 “영화 마지막 폭탄 투하 촬영으로 세트가 바로 무너졌는데 그 때 속이 시원했다”며 웃었다.
이 외에도 세트에는 이야기들이 잔뜩 숨어 있다. 이 감독은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힌트 한가지를 줬다. “조선인 광부의 방을 눈여겨봐 보세요. 특히 파이프 라인을요. 그럼 그 캐릭터의 성격이 나올 겁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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