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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세트 제작, 일본 후손이 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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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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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의 이후경 미술감독은 “섬 자체의 기괴함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영화 ‘군함도’의 이후경 미술감독은 “섬 자체의 기괴함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최지이 인턴기자

일본 나가사키 항에서 18.5km 떨어진 무인도. 이후경 미술감독은 지난해 직접 군함도를 찾았다. 방문 날짜는 공교롭게 3월 1일, 삼일절이었다.

“기형적인 느낌이었어요.” 이 감독 눈에 비친 군함도의 첫 인상이었다. 1974년 폐광된 뒤 무인도가 된 섬, 폐허가 된 회색빛 건물들. 그는 일본 만화 영화 ‘미래소년 코난’의 미래 도시 인더스트리아를 떠올렸다. 섬에 철벽을 두른 듯 사방을 감싼 콘크리트 벽과 북서쪽에서 남동쪽으로 섬을 가르는 돌산이 자연을 삼켜버린 듯했다.

10분의 1도 보지 못한 군함도

군함도를 보고 온 뒤 석 달 동안 영화 ‘군함도’ 디자인에 매달렸다. 자료가 많이 필요했다. 2015년 군함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일반에게 공개됐다지만, 그 범위는 군함도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조선인의 슬픔이 서린 탄광 등은 제한 구역으로 묶어놨다.

이 감독은 생존자 인터뷰 자료 등을 뒤졌다. 그는 “군함도 노동자 할아버지를 둔 일본 후손들이 정보를 줬다”고 했다. 그렇게 모은 자료를 토대로 이 감독은 6만6,000㎡(1만9,900여평) 규모의 세트를 구상했다. 실제 크기의 3분의 2 규모였다. 장소는 강원 춘천역 인근 옛 미군 부대 부지였다.

영화 ‘군함도’ 속 개미굴. 높이ㆍ좌우폭 1m도 안 되는 굴에 9~10세 아이들이 들어가 손으로 석탄을 채굴했다. CJ E&M 제공
영화 ‘군함도’ 속 개미굴. 높이ㆍ좌우폭 1m도 안 되는 굴에 9~10세 아이들이 들어가 손으로 석탄을 채굴했다. CJ E&M 제공

세트 제작비만 40억 원… 소년 광부의 비극 ‘개미굴’

세트 제작은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해상용 컨테이너 120개를 며칠 동안 세트장으로 날랐다. 40~50m 높이의 돌산을 재현하기 위해서였다. 탄광 제작을 위해선 해외 자료를 찾았다. 징용된 조선인이 섬에서 어떻게 일했는지에 대한 자료를 못 구해서다. 이 감독은 “인도에서 빈민들이 손으로 땅을 파 금이나 석탄을 캐는 사진”을 참고했다.

영화엔 ‘개미굴’이 등장한다. 웃통을 벗은 아이들은 높이, 좌우 폭 1m도 채 안 되는 굴에 들어가 석탄을 손으로 캔다. 작업하다 굴이 무너져 어린 광부가 죽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이 감독은 “자료를 보니 군함도 광부들은 석탄을 캐러 해저 1,000m까지 들어갔는데 그 곳은 지열로 온도가 50℃까지 올라가는 데다 붕괴 위험이 높다”면서 “개미처럼 작은 굴을 파 몸집이 작은 9~10세 아이들을 들여보내 작업한 것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세트 제작에 들인 돈만 40억원이다. 이 정도면 작은 상업영화 한 편 제작비다. 석탄도 문제였다. 처음엔 검은색 페인트를 뿌리려 했다. 뿌려놓으면 그럴듯했지만, 막상 카메라로 찍으면 석탄의 검은색 느낌이 살아나질 않았다. 이 때문에 실제 석탄을 어마어마하게 가져다 써야만 했다.

영화 '군함도' 세트 전경. 6만6000㎡(19,900여 평)규모로 제작됐다. CJ E&M 제공
영화 '군함도' 세트 전경. 6만6000㎡(19,900여 평)규모로 제작됐다. CJ E&M 제공

고생이 더할 이유도 있었다. 세트 제작 작업 자체도 힘겨웠지만, 영화가 다루는 주제가 주제인 만큼 역사적 무게감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 감독은 “영화 마지막 폭탄 투하 촬영으로 세트가 바로 무너졌는데 그 때 속이 시원했다”며 웃었다.

이 외에도 세트에는 이야기들이 잔뜩 숨어 있다. 이 감독은 소소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힌트 한가지를 줬다. “조선인 광부의 방을 눈여겨봐 보세요. 특히 파이프 라인을요. 그럼 그 캐릭터의 성격이 나올 겁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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