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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잠복기 30년인데… 갓 스무 살 청년 발병 ‘석면암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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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조사 411명 중 5명 20대
“유전적 요인 분석 필요” 목소리
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A(26)씨는 갓 스무살이 된 2010년 악성중피종을 진단받았다. 30년 이상으로 알려진 악성중피종의 잠복기를 상당히 앞선 나이였다. 학생인 A씨 본인은 물론 택시기사인 아버지, 회사원인 어머니 역시 석면과 직접적 연결고리는 전혀 없었다. 광범위한 주변 조사 끝에 노출 이력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1996년쯤 한 달 남짓 진행되던 자택 공사 현장을 드나들었던 사실뿐. 역학 보고서 연구를 이끈 이용진 천안순천향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장은 “적은 양의 석면 노출에도 악성중피종 발병이 가능하긴 하지만 만 19세에 진단을 받은 점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잠복기가 30년 이상인 악성중피종 발병 사례가 20대에서도 발견되면서, 석면의 직업ㆍ환경적 원인에 대한 역학조사는 물론 유전적 요인에 대한 꾸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천안순천향대병원 석면환경보건센터 연구팀의 ‘석면노출 설문지 개발 및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의 역학적 특성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악성중피종 환자 411명 중 석면 노출원이 확인된 375명의 평균 잠복기는 34.2년이었다. 악성중피종을 진단 받은 연도를 기준으로 환자의 연령 분포를 구분해보면 60대가 119명(29.0%)으로 가장 많았고, 70대 117명(28.5%), 50대 97명(23.6%), 40대 35명(8.5%), 30대 19명(4.6%), 80대 17명(4.1%), 20대 5명(1.2%), 90대 이상 2명(0.5%) 순이었다.
주목할 점은 평균 잠복기를 앞서는 20대 환자가 5명이나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5명 중 3명은 ▦가족의 오염된 작업복 세탁 ▦자택 건축물 철거 및 신축 작업 ▦선박수리 조선소 인근 7년 거주 등 석면 노출 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명의 석면 노출원은 불분명하다. 1명은 재개발이 이뤄진 지역에서 850m 인근에 4년, 재개발 지역 1,200m 인근에서 6년 거주했다는 간접적 노출 이력밖에 없고 나머지 1명은 석면 관련 요인이 전혀 없다. 이 센터장은 “어린 나이에 악성중피종을 진단 받은 사례자들도 있어 직업ㆍ환경적 노출뿐만 아니라 유전적 특성에 따른 발병 가능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후가 좋지 않은 악성중피종 환자의 생존률은 20%에도 못 미친다. 411명의 환자 가운데 연구팀의 조사 시점(2015년~지난해)에 살아있던 환자는 71명(17.3%) 뿐. 평균 생존기간은 2년도 채 안 되는 19.1개월 정도였다. 다만, 411명 가운데 악성중피종 수술을 한 144명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4.3개월로 수술을 하지 않은 267명(11.1개월 생존)보다 3배 이상 오래 생존했다. 이 센터장은 “악성중피종 환자들의 생존기간이 워낙 짧지만 조기 발견과 수술 등으로 10년 이상 생존하는 이들도 없진 않다”며 “적극적 환자 발굴과 사후 관리를 위한 연구가 꾸준히 지속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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