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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민 “배우는 양파처럼 궁금한 존재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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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이아이피’(23일 개봉)는 국가정보원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기획 귀순시킨 북한 고위급 자제 김광일(이종석)의 연쇄살인 범죄를 쫓거나 은폐하려는 인물들의 대립을 그린다.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과 형사 채이도(김명민)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충돌하며 빚어내는 긴장감이 극을 이끈다. 이 영화에서 만나 친구가 된 45세 동갑내기 배우 장동건과 김명민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쇄살인마 이종석과 국정원 요원 장동건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꽃미남 아닌가요. 그에 비하면 제가 연기한 형사 채이도는 진짜 현실적인 인물이죠.”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리얼리티’를 담당하고 있다면서 배우 김명민이 ‘외모’를 그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그의 연기가 리얼리티 자체라는 걸 관객 모두가 안다. 한국 누아르의 단골 출연자인 형사도 김명민이 연기하면 다르다. 줄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연쇄살인마 김광일을 철창에 잡아 넣을 생각으로 온통 가득 찬 채이도에게 김광일이 북한 귀빈이란 사실은 단 1%도 고려 사항이 아니다.
“시나리오에선 다혈질의 끝판왕이었는데 연기할 땐 에너지의 60% 정도만 발산했어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은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거든요. 베테랑 배우들이 한번쯤 거쳐간 형사 캐릭터라 사실 적잖이 부담도 됐습니다. 표정 없이 건조하게 연기 톤을 잡은 뒤 조금씩 감정을 올리거나 내리면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살짝 ‘츤데레’(무심한 듯 다정한 캐릭터)이길 바랐는데, 관객들이 느꼈으면 좋겠네요.”
박훈정 감독은 MBC 드라마 ‘하얀거탑’ 때부터 김명민의 팬이었다고 한다. 김명민은 “박 감독이 지금도 나를 그렇게 좋아하더라”며 “촬영 전날부터 언제 올 거냐고 문자 폭탄을 보냈다”고 흥겹게 웃었다. 그는 박 감독의 연출 의도도 정확히 꿰뚫었다. “이 영화로 누아르의 또 다른 세계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관객들이 누아르에서 기대하는 감정의 폭발, 뜨거운 브로맨스를 철저히 배제한 이유이기도 하죠.”
김명민은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해 직업을 깊이 파고든다. KBS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성웅 이순신과 ‘하얀거탑’의 의사 장준혁,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지휘자 강마에가 그렇게 탄생했다. “직업으로 인물의 본질을 보여줘야 할 땐 그 분야의 선수가 돼야 해요. 오히려 성격 분석은 그 다음이죠. 그런데 이번 영화에선 이런 작업이 필요 없었어요. 채이도의 영화가 아니니까요. 전사만 써도 충분했죠. 사건을 중심에 두고 전체 인물의 밸런스를 맞추는 데 주력했습니다.”
감정 소모가 큰 작품에선 후유증도 겪곤 했다. 그래서 비워내는 시간을 꼭 가졌다. 하지만 이번엔 이 또한 필요치 않았다. “촬영 중에 맛집을 너무 다녀서 그게 후유증이라면 후유증이죠. 촬영 막바지엔 살이 쪘으니까. 하하.”
요즘엔 영화 ‘조선명탐정’ 3편을 찍고 있다. 콤비 오달수와 김석윤 감독, 스태프 모두가 손발이 척척 맞아 날마다 즐겁다. 그는 “‘조선명탐정’은 나에게 연금 보험이나 다름없다”며 “3편은 4편으로 가기 위한 굳히기가 될 것”이라고 호언했다.
작품 속 진중한 이미지에 가려진 김명민의 유쾌한 입담과 개구쟁이 같은 성격을 인터뷰에서만 보기 아깝다. 그는 “배우는 양파처럼 늘 궁금한 존재여야 한다”며 “내 웃긴 모습은 혼자서만 간직해 달라”고 껄껄 웃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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