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장동건 “또 누아르? 회사원 피로감 담았죠”

입력
2017.08.24 04:40
구독
장동건은 “‘라라랜드’처럼 가슴 저린 멜로 영화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장동건은 “‘라라랜드’처럼 가슴 저린 멜로 영화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브이아이피’(23일 개봉)는 국가정보원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기획 귀순시킨 북한 고위급 자제 김광일(이종석)의 연쇄살인 범죄를 쫓거나 은폐하려는 인물들의 대립을 그린다. 국정원 요원 박재혁(장동건)과 형사 채이도(김명민)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충돌하며 빚어내는 긴장감이 극을 이끈다. 이 영화에서 만나 친구가 된 45세 동갑내기 배우 장동건과 김명민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왜 또 액션 누아르냐고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장르이기고 하도, 유독 출연 제안을 많이 받기도 해요.”

배우 장동건의 조각 같은 외모는 스크린 속 남자들의 거친 세계에 담겼을 때 명암이 짙어지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영화 ‘신세계’를 연출하고 ‘악마를 보았다’ 각본을 쓴 ‘청불 누아르 장인’ 박훈정 감독이 몰랐을 리 없다. 영화 ‘브이아이피’의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을 덥석 그에게 맡겼다. 장동건은 “북한에서 귀순한 연쇄 살인마라는 설정에 끌렸고 실제 있을 법한 이야기라 출연했다”고 말했다.

박재혁은 북한 고위급 자제 김광일을 보호하고 있지만 그의 악마적 행각을 알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진다. 그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나 사명감보다는 그저 직업인으로서의 본분에 의해 움직이는 인물이다. 장동건은 “과도한 업무에 찌든, 평범한 회사 부장님”에 비유했다. “박재혁은 양심과 정의감이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결코 현실을 넘어서지는 않아요. 도덕적으로 올바르지 않아도, 그에겐 업무니까요. 그래서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고 덜어내야 했습니다.”

‘브이아이피’의 박재혁은 사건의 발단과 결말을 책임지며 큰 변화를 겪는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브이아이피’의 박재혁은 사건의 발단과 결말을 책임지며 큰 변화를 겪는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우는 남자’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라 흥행에도 썩 신경이 쓰인다. 최근작들이 관객에게 환호 받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개인적으로 애정을 가진 작품이라도 관객에게 외면을 받으면 점점 의미가 퇴색하더라”며 “그래서 이번 영화가 더 잘돼야 한다”고 껄껄 웃었다.

공백기에도 그는 바빴다. ‘브이아이피’와 하반기 개봉하는 ‘7년의 밤’을 촬영했고, 중국에서 드라마도 한 편 찍었다. 곧 영화 ‘창궐’ 촬영을 시작한다. “1992년 데뷔해 25년간 활동했는데 기간에 비해서 출연작이 적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전엔 70%가 마음에 들어도 나머지 30% 때문에 고사한 작품이 많았어요. 요즘엔 생각이 바뀌어서 60%만 좋아도 출연해요. 신중히 고른 작품들이 다 잘 되는 것도 아니라서. 하하.”

장동건이 ‘다작’을 욕심 내는 이유가 있다. “영화 ‘로마 위드 러브’에 이런 대사 나와요. 어떤 유명인을 두고 ‘유명한 걸로 유명한 사람’이라고. 어린 관객 중엔 제 영화를 못 본 사람도 많은데 제가 누군지는 알더군요. 더 분발해야겠다 싶었죠.”

그의 말마따나 데뷔 이래 그는 줄곧 톱스타였다. 성격도 조용한 편이라 신비주의라는 오해도 받았다. “아내(배우 고소영)와 연애할 때도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게 어색해서 손 잡고 동네 산책하는 것부터 연습했어요. 아이가 생긴 뒤로는 편하게 키즈카페도 가고 축구교실에도 가요. 막상 해보니 별 거 아니더군요.”

최근 KBS 드라마 ‘완벽한 아내’로 연기 활동을 재개한 고소영과 동반 출연은 어떠냐고 물었다. “둘이 함께 나온 ‘연풍연가’를 아들에게 보여줬더니 몸을 배배 꼬더라고요. 제 아들도 이런데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을까요.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말이죠. 하하.”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장동건은 “김명민의 연기를 보면서 참 유연한 배우라고 느꼈다”며 “활달한 김명민 덕분에 금세 친해졌다”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장동건은 “김명민의 연기를 보면서 참 유연한 배우라고 느꼈다”며 “활달한 김명민 덕분에 금세 친해졌다”고 말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