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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소음 배상금 가로챈 변호사, 100억 이상 더 빼돌렸다

입력
2017.08.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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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ㆍ충주ㆍ강릉 등 집단소송서

주민에 지급해야 할 돈 횡령

한전 상대 소송서도 유사 수법

모두 1000억대 배상금 받아내

300억 이상 빼돌린 단서 포착

검찰 “어디에 썼는지 끝까지 추적”

대구 공군비행장의 전투기 소음 피해자들이 받아야 할 거액의 배상금을 가로챈 최모(56) 변호사(한국일보 6월2일자 10면ㆍ6월7일자 10면)가 다른 지역에서도 주민들 몫의 배상금을 가로챈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여러 집단소송을 통해 배상금으로 받은 나랏돈이 1,000억원 이상이며, 이 가운데 300억원 정도를 빼돌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2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서울 서초동 T법무법인 대표인 최 변호사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국방부와 한국전력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1,000억원 이상을 피해주민들을 위한 배상금으로 받았다. 최 변호사는 2004년부터 대구를 비롯해 수원과 충주, 강릉 등 공군 비행장 인근 주민들을 모집해 국방부를 상대로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최 변호사는 또 한국전력 고압선 경유지에 땅이 있는 소유자들을 대리해 한전을 상대로 선하지(線下地) 무단점유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제기해 역시 승소했다. 피해자가 최대 1만명에 달하는 집단소송을 통해 정부로부터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 최 변호사는 주민들이 소송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점을 악용해 주민들에게 지급해야 할 돈을 빼돌렸다.

검찰도 최근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 받아 최 변호사 및 주변 인물들의 돈 흐름을 정밀 추적한 결과 횡령 혐의를 뒷받침할 단서를 상당부분 파악했다. 검찰은 차명계좌를 활용해 입출금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최 변호사가 배상금 일부를 주식투자 및 채무변제 등에 사용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히 국방부와 한전에서 최 변호사에게 지급한 배상금 가운데 변호사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돈(원금과 지연이자)은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최 변호사는 지연이자 대부분을 가로챘다. 주민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지급내역을 만든 단서도 포착됐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주민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빼돌린 돈이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변호사는 앞서 대구 K2 공군비행장 인근 주민들을 대리해 국방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서 받아낸 배상금 일부를 빼돌린 혐의로 올 1월 기소됐다. 그는 성공보수 금액을 두고 ‘승소판결로 취득한 원금과 지연이자 총액의 16.5%(부가가치세 포함)’를 받기로 주민들과 약속했지만, 약정서를 위조해 지연이자 170억원을 모두 챙겼다. 검찰은 최근 대구 비행장 이외 지역으로 수사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최 변호사의 횡령 혐의를 추가로 밝혀냈다.

이처럼 횡령 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국방부의 부실한 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1,000억원이 넘는 혈세를 지급하면서 배상금이 피해주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갔는지 확인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최 변호사와 국방부와의 유착 관계가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으로 인출된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기자 strong@hankookilbo.com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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