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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성장이다] 勞 “인건비, 비용으로만 봐선 안돼” 使 “선악 대립 접근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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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끝> 노사정이 해야 할 일
勞 “일자리 실태조사부터 제대로”
使 “현실 반영한 세심한 정책 필요”
政 “노조 기득권 내려놓기 병행을”
부작용 줄이려면 3자 타협 중요
“정부는 현실을 반영한 세심한 대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재계 관계자)
“노동계가 무작정 ‘빨리’만을 외치는 건 문제가 있지요.” (정부 관계자)
“경영계가 인건비를 무조건 비용으로만 봐서는 곤란해요.” (노조 관계자)
문재인 정부의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행보는 거침이 없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시작으로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채용 확대, 근로시간 단축 등 속도전 양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 대국민보고회에서 “세금을 일자리 만드는 데 쓰는 건 세금을 가장 보람있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하지만 정부만 일방통행 식으로 움직인다면 긍정적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노사정의 셈법이 다 다르고,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이다. 노사정의 타협이 중요한 이유다. 노사정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로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정부에 바란다
노동계는 “아직도 목이 마르다”고 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지만, 임금 노동자 3명 중 1명은 연간 2,000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다.
우선 한 쪽에서는 공공 일자리 확충을 외치면서 다른 쪽에서는 정원과 예산을 통제하는 이율배반적 모습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한대식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국장은 “기획재정부가 정원과 예산을 억누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일자리 확충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우체국, 철도 등의 사업장에서는 장시간 노동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명환 우정노조 위원장은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고 일자리의 질적 향상을 위해 실태조사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보는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기존 무기계약직 정도의 일자리를 늘리는 것으로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영계는 현실을 반영한 세심한 대책을 정부에 주문한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상시ㆍ지속적 업무를 정규직 전환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상시 업무긴 하지만 1주일에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도 해당돼 난감한 상황“라며 “정책 취지에 공감하지만 실제 현장의 모습을 보고 판단해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간부 역시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선의의 정책이 오히려 일자리 감축으로 이어지는 게 현실일 수 있다”며 “경영계와의 지속적 대화를 통해 이런 리스크를 줄여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노동계에 바란다
정부와 경영계는 노동 친화 바람 속에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커진 노동계의 바람을 이해하지만 최소한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방적인 요구가 빗발치면 자칫 무리한 ‘떼 쓰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 측은 속도조절론을 주장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기업들은 갑자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결국에는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무작정 급격한 개혁을 외칠 것이 아니라 기업의 부담 증가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조의 기득권 내려놓기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서 걸림돌 중 하나가 기득권 노조”라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려면 기존 정규직이 가진 권리를 일부 양보하려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경영 현실을 외면한 노동계 요구는 갈등만 부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막연히 기업에게 고용이 안정되고 처우가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하지만 이는 어느 정도 이윤창출이 전제돼야 가능한 일이란 걸 노동계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세업자들 역시 무조건 선악 대립구도로 몰아가는 것을 경계한다. 최근 서울에 스터디 카페를 오픈한 박모(33)씨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사장들이 모두 악덕업주가 된 것처럼 알바생과 사장 사이에 선악 구도가 생긴 것만 같다”라며 “한 달 내내 일해도 중소기업 월급 수준을 겨우 버는데 뭐라도 요구하면 무조건 이기적인 것으로 몰아가는 건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용자에게 바란다
노동계와 정부는 양질의 일자리라는 성장의 축이 ‘시대적 흐름’이란 점을 경영계도 이해해주길 주문한다. 여전히 상대적 강자일 수밖에 없는 경영계가 공정한 방식으로 이 흐름에 올라타길 기대하는 것이다.
노동계는 인건비를 무조건 비용으로만 보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한다.
남정수 민주노총 대변인은 “인건비를 쥐어짜서 쉽게 해고하는 기존 경영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생색내기 식 일자리 발표도 노동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남 대변인은 “재벌 대기업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과거 정부에서처럼 공수표가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며 “재벌 대기업이 모범적으로 나서줘야 다른 기업들도 따라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의 꼼수도 경계하는 대목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 청소노동자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66)씨는 “일부 용역업체는 시급이 상승하자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임금 상승 효과를 없애기도 했다”며 “원청이 비정규직들의 고용 불안을 감안해 하청에 적절한 입찰가를 제시하고 이들이 꼼수를 쓰지 못하도록 관리감독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도 경영계가 임금에만 목을 매서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임금 외적으로 경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일자리위 관계자 역시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친화 정책을 핑계로 삼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노동자들과 상생하고 같이 가야겠다는 생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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