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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오일 교환에 150만원?’ 여성 운전자를 노리는 정비소 바가지 사례

입력
2017.08.19 14:41

운전자라면 누구나 1년에 한두 차례 정비소를 찾는다. 사고나 큰 고장이 아니라면 대부분 소모품을 갈기 위해서다. 차고 문화가 발달한 외국과는 달리 국내에는 귀찮아서 혹은 여건이 좋지 않아 자가정비를 하는 운전자가 많지 않다. 특히 여성운전자는 워셔액이나 와이퍼, 에어컨 필터 교환 같은 손쉬운 작업도 정비소에 맡긴다. 그래서 5분 안에 끝나는 그런 작업은 ‘서비스’ 명목으로 부품비만 받고 무상 지원해주는 게 대부분이다.

자동차를 잘 모르는 여성운전자를 겨냥한 정비업소의 ‘바가지’ 항목은 설명을 들어도 이해가 어려운 기능적 항목으로 나타난다. 주기적으로 교환해야 하는 엔진과 변속기 오일, 브레이크 용액 같은 소모품 교환 항목을 살펴보라. 엔진 내부 플러싱, 브레이크 라인 플러싱 비용 같은 사례가 그렇다.

사례 1 # 동네 카센터 (주부, 50대 여자)

엔진오일 교환을 위해 지인의 추천을 받아 가까운 동네 카센터를 찾은 A씨. 정비사는 A씨의 차에서 나오는 엔진오일을 보여주며, “오일이 이렇게 새까만 상태면 반드시 엔진 세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비사는 엔진 세척과 오일 교환 비용으로 60만원을 제시했다. 평균 주행거리 1만km 전에 항상 자동차 공식 서비스 센터에서 엔진오일을 교환해왔던 A씨가 금액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해 “엔진오일 교환을 하지 않겠다”고 하자, 정비사는 ‘덜 깨끗한 방법’은 30만원이라고 다시 금액을 제시했다. “이미 엔진오일을 다 빼서 방법이 없으니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했다. A씨는 급히 자동차 담당 기자에게 전화해 정비사와 통화하도록 했고, 통화를 마친 정비사는 엔진오일을 새로 채워주며 2만5천원만 내고 가라고 했다.

사례 2 # 동네 카센터 (주부, 60대 여자)

B씨는 엔진오일을 교환하러 갔다가 150만원을 내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정비소에 엔진오일 교환을 해달라고 차를 맡겨두고 자리를 비운 사이 엔진오일과 브레이크용액을 교환하고 둘 다 엔진과 브레이크 플러싱 작업을 했다며 일방적으로 비용을 청구한 것이다. B씨는 정비명세서를 받아 보고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정비소 측에서 명시된 작업을 하지 않았으면 곧 엔진과 브레이크가 망가졌을 거라는 말에 어쩔 수 없이 금액을 지불하고 나와야 했다. B씨의 정비명세서에는 엔진 플러싱과 브레이크 플러싱이란 항목에 각각 30만원씩 청구되어 있었다. 문제는 브레이크용액 플러싱이란 작업은 없다는 것이다. 엔진오일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보통 1만원 이하의 엔진오일 필터에는 10만원이 기재되어 있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비소 영수증, 엔진오일 교환 외에 모든 항목은 꼭 해야하는 정비가 아니었다. 사진=제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비소 영수증, 엔진오일 교환 외에 모든 항목은 꼭 해야하는 정비가 아니었다. 사진=제보

사례 3 #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비소 (직장인, 40대 여자)

주로 동생이 관리해온 자동차의 엔진오일 교체를 위해 대기업 프랜차이즈 정비소를 찾은 C씨. 통신사 VIP 서비스 중 하나인 엔진오일 무료 교환을 받기 위해 찾아갔지만, 결국 25만원을 결제해야 했다. 브레이크용액 교환, 냉각수 교환, 엔진 플러싱과 엔진 코팅 등의 작업을 추가로 진행한 것. 약 2년 4만km 정도에 한 번씩 교환하는 브레이크용액은 불과 몇 달 전 교환한 것이었고, 냉각수 교환 역시 불필요한 작업이었다. 엔진 플러싱과 엔진코팅의 경우는 꼭 해야 하는 작업이 아닌데도 정비소 측의 주장으로 진행했다.

사례 4 # 자동차 브랜드 지정 서비스센터 (직장인, 30대 여자)

자신이 소유한 자동차 브랜드 홈페이지를 검색해 집 근처 지정 서비스 업체를 찾은 D씨. 사이드 브레이크 듣지 않아 정비소를 찾았지만, 마침 엔진오일과 브레이크 용액도 교환해줄 시기가 지나있어 한 번에 처리하기로 했다. 이틀 후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정비소를 다시 찾았다. 예상보다 결제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견적서를 요구해 항목을 살폈다. 안내 받은 적 없는 B사의 ‘엔진오일 첨가제’가 리스트에 있었다. 상담원에게 항의했지만, ‘죄송하다, 이미 넣어서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엔진오일 첨가제의 가격은 전체 수리 견적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국내 자동차 업체 홈페이지에 안내된 수리비용 및 부품가격. 차종에 따라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좌) 쌍용자동차 (우)쉐보레
국내 자동차 업체 홈페이지에 안내된 수리비용 및 부품가격. 차종에 따라 상세하게 안내되어 있다. (좌) 쌍용자동차 (우)쉐보레

여성운전자에게 정비소에서 가장 흔하게 시도하는 바가지 수법은 ‘과잉정비’다. 굳이 교환하지 않아도 되는 소모품까지 바꾸도록 유도한다. 사전에 계획하지 않았던 추가 수리에 대해서는 바로 결정하지 말고 전화상으로라도 다른 정비소에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첨가제나 방지제 등 ‘하면 좋다’고 표현하는 작업들에 대해서는 한 번쯤 더 고민해보고 결정하자.

또한 엔진오일이나 브레이크용액, 미션오일, 타이어 교환 등 안전과 직결되고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하는 소모품 종류는 교환주기, 부품원가와 공임 등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국내 자동차 브랜드 홈페이지에는 정비 시간이 명시되어 있으며 시간당 공임비용이나 정비 내역 별 공임비용, 부품 가격이 공시되어 있다.

위의 사례들은 자동차에 이상은 없으나 소모품 관리나 주기적인 정비를 받으러 갔을 경우의 일이다. 사고나 고장으로 인해 정비소를 찾은 경우는 자동차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정비소로부터 피해를 당하기 쉽다. 한국소비지원에 따르면 고장 원인을 잘못 찾거나 오히려 멀쩡한 부분이 고장 나기도 하는 수리불량, 과도한 수리비 청구, 차주의 동의 없는 임의 수리, 과잉 정비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은 최소 두 군데 이상의 정비업체에 들러 정비견적서를 받아 비교해보고, 수리 후에는 정비명세서를 챙겨 꼼꼼히 확인하라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견인 시 수리여부를 명확히 밝히고 견인기사와의 대화내용을 녹취할 것, 수리 요청 시에는 견적서에 수리기간을 명확하게 기재 후 발급받아 보관할 것, 인수 시 수리 상태를 확인하고 동일증상 재발 시 보증수리를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비업체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면 한국소비자원이나 시ㆍ군ㆍ구청 자동차관리사업 담당자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직접 업체와 다투는 것보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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