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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성장이다] 전통시장 살아나니 창업 열기 후끈…빈 점포가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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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경북 구미 봉황시장에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 개점
젊은층 유동인구 증가로 활기 찾아
롯데마트도 인근 점포 컨설팅 지원
소나기가 쏟아진 지난 10일 경북 구미시 선산읍 봉황시장 A동 2층. 날씨 탓인지 오전에 텅 비었던 건물에 점심시간이 다가오면서 하나둘 고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도시락과 한식을 메뉴로 하는 음식점 ‘마미키친’을 운영하는 강향미(43)씨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교복 입은 여학생, 아이를 데리고 온 30대 주부 등이 몰리면서 금방 4개 테이블이 다 채워졌다. 바로 맞은 편에서 꽃과 여성의류 매장 ‘오드리’를 운영하는 이윤희(41)씨, 아동복과 잡화 매장 ‘점빵’을 운영하는 이옥희(37)씨도 손님이 몰려들며 분주해졌다. 지난 6월 27일 같은 날 가게 문을 연 이들은 “점심시간에만 30명 가까이 방문해 쉴 틈이 전혀 없었다”(강향미씨), “아동복은 판매하는 줄 모르고 왔다가 들러 구입하는 주부들이 꽤 된다”(이옥희씨), “기대했던 것 보다 손님이 2배나 된다”(이윤희씨)고 했다.
손님이 몰리는 이유로 이들이 꼽은 건 단 하나, 바로 같은 날 같은 층에서 문을 연 이마트의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였다. 모두 경력단절여성인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5일장이 열리는 날은 제외하고는 노인들이 오전에 인근 병원에 진료받으러 왔다가 잠시 들렀다 가는 게 전부라 장사가 될지 걱정했었는데,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가 문을 열면서 상권이 살아났다”며 웃었다.
봉황시장은 5일장이 조선 시대부터 열렸을 정도로 유서가 깊은 시장이다. 1993년 현대식 건물 세 동을 짓는 등 이곳 상인들은 고객 유치를 위에 꾸준히 노력했음에도, 점점 더 침체해 가던 이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건 이마트가 시장 내에 자체상표(PB) 매장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를 열고부터다.
이마트는 24년간 방치됐던 1,652㎡(500평) 규모의 A동 2층 중 420㎡(약 125평)을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로 꾸미고, 매장 바로 옆에 다양한 장난감을 갖춘 ‘어린이 놀이터’와 ‘고객쉼터’를 마련했다. 나머지 826㎡(250평) 공간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전통시장 지원 사업(청년몰)으로 선발된 청년상인 20명이 운영하는 점포가 들어섰다.
봉황시장의 ‘노브랜드 청년 상생스토어’는 지난해 8월 충남 당진시에 선보였던 1호점(당진어시장 상생스토어)처럼, 전통시장의 영업 활성화를 위해 시장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판매한다. 다만, 구미가 내륙에 위치한 탓에 시장상인회가 취약점이라 판단하고 수산물 판매를 요청해, 생선과 조개 등은 판매하고 있다.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노브랜드 기준 방문객 수가 평일 300명, 주말 500명에 달한다. 남정태 선산봉황시장상인회 추진위원장은 “5일장(2ㆍ7일)이 서는 날 봉황시장 앞 길가 2㎞에 설치되는 600여개 좌판 주변에는 유동인구가 2만명이 넘지만, 정작 봉황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손님은 드물었다”며 “노브랜드 입점 이후에는 장날 유동인구가 3만명으로 늘고 시장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도 많아졌으며, 장이 서지 않는 날에도 이전에는 거의 보기 힘들던 아이들과 젊은 주부들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끝나는 오후 3~6시께 노브랜드가 있는 2층을 즐겨 찾아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상권이 되살아나자 창업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빈 점포가 많았던 봉황시장은 2015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청년상인창업’ 지원 정책을 받아 청년상인 10명을 모집했으나 미달(8명 지원)했고, 그나마 정부 지원이 끝나자 1명을 제외하곤 모두 떠나 버렸다. 청년몰 사업도 5월23일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 확정 전까지 정원의 절반 수준인 11명만 모집됐지만, 노브랜드 오픈 이후 정원을 채웠다. 정효경 선산봉황시장 청년몰조성사업단장은 “중고생과 젊은 주부의 재방문율이 높아져 창업 문의가 이어졌다”며 “청년몰이 젊어진 고객 취향에 맞는 품목을 판매하니까 점점 더 시장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청년몰 사업 지원이 없더라도 창업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노브랜드가 입점한 건물 1층에 수년간 비어있던 19.8㎡(6평) 크기 점포에 지난 2일 일본 상품 판매점 ‘모찌샵’이 개점하는 등 다른 빈 점포도 속속 채워지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전통시장ㆍ골목상권 간 상생 정책이 성과를 거둬 자생력을 갖추면 봉황시정처럼 일자리는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다. 다른 대형 유통업체들도 인근 전통시장이나 중소자영업자들의 자생력을 길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전통시장과 인근 점포간 자매결연을 맺고 마케팅, 교육, 컨설팅을 지원하거나 메뉴 개발, 고객 응대 등의 컨설팅을 해주고 점포 내에 입점시켜 장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외식 분야 청년창업 육성 프로젝트 ‘청년식당’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5월 서울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상생형 쇼핑몰 ‘현대시티몰 가든파이브점’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청계천복원 공사 당시 가든파이브에 대체 상가를 분양 받았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인들에게 이익을 공유한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은 2012년부터 중소 영세사업자가 입점할 수 있는 B2B 전문몰 ‘비즈온(bizon.gmarket.co.kr)’을 운영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정부의 중점추진 정책인 일자리 창출과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대형유통업체 규제강화가 상충하는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경쟁력을 갖춘 창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점포를 여는 것인데,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추진하는 동시에 기존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다양한 신규 창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쇼핑몰이 한 달에 두 차례 문을 닫는다고 해도 전통시장을 찾는 손님은 별로 늘지 않는다”며 “강제 휴무 같은 획일적 규제보다는 협력업체, 전통시장, 소비자 등 이해당사자들의 요구가 조화를 이뤄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창의적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하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상생 아이디어를 당국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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