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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성장이다] “파트타임 인생일 줄 알았는데… 일 늘어도 행복”

입력
2017.08.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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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 KB국민은행 주임

50대1 경쟁 뚫고 비정규직 탈출

“달라진 근로 환경에 소속감 ↑”

김현경 KB국민은행 불광동 지점 주임. KB국민은행 제공
김현경 KB국민은행 불광동 지점 주임. KB국민은행 제공

결혼 전인 1990년대 중후반 그는 계약직 텔러(창구직원)로 은행 창구를 전전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서는 이마저도 그만뒀다. 일과 가정의 양립, 특히 육아는 장시간 근로와 맞지 않았다. 자발적이었지만 반강제적인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됐다. 다시 출근하고 싶었지만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할 수 있는 일은 단시간 근로(시간급제)밖에 없었다. 4개월 일하고 3년여를 쉬고, 10개월 일하고 6년여를 다시 그만둬야 했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볼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보통 주부와 다르지 않았다. 김현경(42) KB국민은행 불광동지점 주임의 2년 전까지 이야기다.

평생 파트타임 인생으로만 살 것 같았던 김 주임에게 전환점이 된 해는 2015년이다. 전에 함께 일했던 팀장이 지점장이 돼 “경단녀 파트타이머를 모집하는데 지원해보라”는 권유를 해왔다. 성과가 우수할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조건도 붙었다. 아이가 훌쩍 자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고,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할 때였다.

다시 돌아온 비정규직 시간급제였지만 그는 마음을 달리 먹었다. 재취업이라는 큰 기회를 준 은행이 고마웠다. 오전 11시30분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 2년의 기간을 소중하게 여겼다. 그는 “전환 여부를 떠나 김현경이라는 파트타이머 덕분에 활기가 넘치는 일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각오로 열심히 일한 덕에 김 주임은 지난 6월 50대1의 경쟁을 뚫고 시간급제 직원’이라는 꼬리표를 뗐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2014년 무기계약직 직원 4,2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2015년부터는 일급제와 시간급제로 매년 200여명 채용하는데 그 중 정규직이 되는 경우는 10명 정도”라고 말했다.

김 주임은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크게 달라진 근로ㆍ복지 여건을 실감하고 있다. 시간급제의 급여는 월 140여만원(세전) 수준이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연봉이 3,000만원대로 훌쩍 뛰었다. 자녀학자금은 물론 본인 학원, 연수, 자격증 취득 지원도 이뤄진다. 건강검진, 의료비 지원, 사택지원제도 등 복지혜택도 누릴 수 있다. 김 주임은 “근무시간과 업무량이 확연히 늘었고 그에 따른 책임의 강도도 세졌지만 안정적인 직장생활에 따른 소속감, 남편과 아이에게 인정받게 된 심리적 만족감이 더 커 행복하다”며 “무엇보다 승진 등 더 높은 곳을 향할 수 있다는 꿈이 생겼다”고 환하게 웃었다.

은행권에선 김 주임과 같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오는 12월1일까지 일반사무계약직군과 전담텔러계약직군 무기전담직원 302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IBK기업은행도 3,000여명에 달하는 창구 담당 준정규직(무기계약직)의 일괄 정규직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사무인력 약 170명 중 상당수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최근 노사합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시간제 계약직과 사무 계약직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비정규직을 없애기로 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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