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살충제 계란 파장] 산란계 농가 “금지성분인 줄 몰랐다”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전에 쓰던 살충제가 듣지 않아서 포천까지 가서 약을 사다 썼는데, 금지된 성분인지 몰랐어요.” 계란에서 살충제성분인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 있는 ‘마리농장’의 농장주 A씨는 계란 폐기를 위해 15일 농장을 찾은 공무원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망연자실했다.
A씨는 포천의 한 동물의약품 판매업체로부터 제품명이 확인되지 않은 10ℓ 들이 살충제 15병을 지난달 30일 사 이달 6일 축사 2개 동(1,900여㎡) 전체에 뿌렸다. 그가 살포한 살충제에는 국내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이 함유돼 있었다. 남양주시 관계자는 “닭이 진드기를 제거하려면 ‘흙목욕’ 등을 해야 하나 비좁은 사육공간 탓에 살충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폭염 등으로 진드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산란율이 떨어지자, 문제의 약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시 공무원들은 이날 비상근무를 하며 해당 농장에서 생산ㆍ유통된 계란을 폐기하고 회수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러나 거둬들인 양은 살충제가 쓰인 이후부터 전날(14일)까지 서울 등지로 팔려나간 4,900여판(1판당 30알)의 14%(670판)에 불과했다.
또 다른 살충제성분인 ‘비펜트린’이 나온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소재 ‘우리농장’의 농장주 이모(83)씨는 당국의 발표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는 “파리가 와글거려 축사 밖에 약을 조금 뿌렸다”며 방역당국에 재검사를 요청했다. 이씨는 ‘케이킬러’라는 살충제 1병(5ℓ)을 지난 6월 구입, 이달 4일쯤 100배 희석한 뒤 축사(3,300여㎡) 일부(1,000㎡)에 살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시는 이씨가 파리 박멸을 위해 축사 외부에 뿌린 과립형 파리약이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출입문 개폐과정이나 환기 팬 등을 통해 사료에 섞여 들어간 것으로 추측했다. 시는 약제 살포 뒤 출하된 계란 1만여 판을 회수하고 있지만, 6,600여 판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팔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파문으로 업계의 ‘안전불감증’과 ‘관리부실’ 등이 도마에 오르면서 축산농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 겨울부터 올 초여름까지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폭염으로 인한 폐사 등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농가에 대형 ‘악재’가 터진 때문이다.
전수조사에 이어 부적합 농장주를 ‘축산물 위생관리법’ 등에 따라 사법 처리한다는 당국의 발표도 나와 농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남양주시에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김모(55)씨는 “관리소홀이 드러나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 그야말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기분”이라며 “사태가 확산하면, 산란계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