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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보장 늘지만…“실손보험 해지 아직 일러”

입력
2017.08.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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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급여 항목 급여화 방침에

보험가입자들 “깰까 말까”고민

예비급여 포함항목 불분명해

성급히 해약 땐 보험공백 초래

가입시기ㆍ보장내용도 따져 봐야

직장인 조모(43)씨는 2년 전 민간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 그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지만 ‘혹시나’ 싶은 마음에 매달 보험료 4만여원을 꾸준히 내왔다. 그러나 지난주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나오며 실손보험 해지 여부를 숙고하고 있다. 조씨는 “건강보험 혜택이 늘어난다고 하니 굳이 보험료를 계속 내야 하는 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정부가 오는 2022년까지 현재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한다고 밝히면서 조씨 같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손보험은 그 동안 자기공명장치(MRI)나 초음파 등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아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했던 고가의 비급여 치료를 보장해왔다. 지난해 실손보험의 비급여 보장률은 80% 수준으로, 건강보험의 대체재 역할을 했다. 실제로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300만명으로 전 국민의 65%에 달했다. 실손보험을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실손보험 유지 비용은 만만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0세 남성의 한달 평균 실손보험료는 1만7,430원이다. 각종 특약 등이 포함된 통합형으로 가입할 경우엔 보험료가 7만원을 넘는 경우도 없잖다.

때문에 정부 발표 이후 ‘비싼 보험료를 내면서 실손 보험을 유지해야 하냐’는 의문이 꾸준히 늘고 있다. 현재 비급여 항목인 MRI를 찍을 경우 실손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면 20여만원을 환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보장 강화가 현실화하면 80%를 건강보험이 보장해 환자 부담 비용은 4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럼에도 ‘아직은 해지하기 이르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정책으로 실제 혜택을 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을 해약했다 향후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질병에 걸렸을 때 막대한 의료비를 내야 하는 ‘보험공백’에 빠질 수도 있다.

정부는 일단 3,800여개 비급여 항목을 예비 급여화해 비용 효과성을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추후 전면 급여화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예비급여는 항목에 따라 본인 부담률이 50%, 70%, 90%로 구별된다. 치료에 따라 환자가 의료비의 90%까지 부담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어떤 항목이 예비급여에 포함되고 자기부담률이 얼마나 될 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비급여를 없앤다고 하지만 예비급여 평가 기간 본인 부담률을 고려하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상품의 가입시기와 보장 내용도 따져봐야 한다. 만일 실손보험을 2009년 10월 이전 가입했다면 병원 입원에 대한 자기부담금이 아예 없고 통원치료는 회당 5,000원만 내면 돼 보험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이후에 가입한 상품은 입원에 따른 의료비 중 10~20%를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실손보험료가 내려갈 가능성도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가입한 실손보험이 1년 단위로 갱신되는 상품이라면 이번 정부 발표로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1년 자동갱신형 상품인 경우 매년 인하된 보험료를 적용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 게 좋다”며 “그러나 3ㆍ5ㆍ7ㆍ10년 정기형 상품 가입자는 추이를 지켜보다 보험료 인하가 없다고 판단되면 해약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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