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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산업재해 잇따르는데… 사망자 나와야 작업 중단

입력
2017.08.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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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 건설현장 사망자 속출에

고용부 부랴부랴 “물ㆍ그늘ㆍ휴식 제공 없이 사망하면 작업 중지”

“죽을 때까지는 일 하라는 거냐”

현장 근로자, 정부 대책에 분통

日은 폭염지수 기준 작업 중지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총파업 이틀째인 7월 28일 충남 연기군 세종시 건설현장에 안전모가 놓여 있다. 연기=연합뉴스
전국건설노동조합의 총파업 이틀째인 7월 28일 충남 연기군 세종시 건설현장에 안전모가 놓여 있다. 연기=연합뉴스

이달 2일 수은주가 최고 33도를 찍으며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세종시 한 건설현장. 이곳에서 일하던 러시아 국적 A(26)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A씨는 폭염으로 체온이 40도 이상까지 올랐음에도 계속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선 지난달 21일 경북 구미시 옥계동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 B(39)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동료가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숨졌다. 이날 구미시 낮 최고온도는 35.5도였다.

연일 계속된 폭염에 야외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온열질환(열사병ㆍ열경련ㆍ열탈진 등) 사망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8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놓았다. 폭염 시 노동자에게 물과 그늘, 휴식 제공 등의 내용을 담은 ‘열사병 예방 3대 기본수칙 이행 가이드’를 지키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에 이른 사업장의 야외작업을 전면 중지시키겠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 산업현장 근로자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사망자가 나와야 작업을 중단시키겠다는 건 누군가 한 명이 죽을 때까지는 폭염에도 무조건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산업재해자는 최근 5년간(2012~2016년) 58명으로 이 가운데 11명이 숨을 거뒀다. 특히 절반 이상이 주로 야외에서 작업하는 건설현장 노동자(31명ㆍ사망 6명)였고, 올해에도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6명 중 2명이 건설현장 노동자로 나타났다.

고용부가 내놓은 정책을 두고 현장에서는 “일정 기온 이상의 폭염 시 ‘작업 중단’을 하는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친다. 실제로 폭염주의보(33도) 발령 시에는 시간당 10분씩, 폭염경보(35도) 발령 시에는 15분씩의 휴식 시간을 권고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는 법으로 폭염 시 작업중단을 규정해 놓고 있다. 일본은 7월부터 8월까지 폭염관련지수(WBGT)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야외작업을 중지한다. 중국 역시 폭염 시 기온에 따른 근로와 휴식 기준이 법에 정해져 있다.

폭염작업에 대한 예방대책 법제화 요구는 매년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2년에도 온열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13개의 고열작업을 용광로 작업 등 금속ㆍ제조업으로만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건설현장을 비롯한 옥외작업을 포함시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고열작업의 범위를 정하기 어렵다”는 재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고용부는 여전히 폭염 시 작업중단 법제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상 작업장부터 기준이 되는 온도, 그리고 작업중단 시간까지 일일이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작업중단으로 인한 작업현장의 피해 보상조치 등 면밀히 고려해야 할 사항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점점 더 심해지는 만큼 미온적 대응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순 일과건강 기획국장은 “생계가 걸린 노동자들은 폭염에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법으로 인한 제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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