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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권력서열 2인자들, 이란에서 3일 머물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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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ㆍ김영남 상임위원장
체류기간 겹쳐… “별도 회동은 없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 행사 참석 차 이란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에 앞서 지난 7월 31일 북한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출발해 이란으로 향했다.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대외적으로 북한 국가 원수 대우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이란에 머무르는 기간이 겹쳤다.
남북한의 국가서열 2인자들이 제3국을 같은 기간 방문하면서 회동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의장실은 일단 두 사람은 별도의 회동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11일 “출국 당시부터 김영남이 온다는 사실은 파악하고 있었지만 별도의 회동 계획을 잡고 가지 않았고, 현지에서도 만남은 없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로하니 대통령 취임식 과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도 부딪히는 일도 없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달 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발사한 터라 대화무드가 조성될 여건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식과 비공개 만찬 공히 두 사람만 배석한 터라 안에서 짧게 대화를 나눴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6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환영 만찬장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우연히 조우하며 3분간 대화를 나눈 것과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을 수 있다. 다만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서로 무슨 말을 나눌 수 있겠냐. 대화를 했더라도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 기조에 머물렀을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두 사람이 이란에서 던진 장외 메시지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정세균 의장은 김영남 상임위원장 보란 듯 가는 곳마다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을 역설했다. 4일 알리 아르 데쉬르 라리자니 국회의장과의 면담에서 정 의장은 “이란은 2년 전 핵 협상을 타결했고 이후 경제성장을 비롯해 긍정적 성과가 많다”면서 “이런 바람직한 사례를 북한이 잘 참고해 대화의 장에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5일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면담에서도 “이란의 경제 사회 발전과 핵 합의를 통해 이뤄낸 국제평화 기여도를 높이 평가한다”며 협상의 효용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영남의 화답은 신통치 않았다. 이란 대통령실에 따르면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김영남 상임위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한반도의 갈등을 대화로 해결할 것을 주문했지만, 김 위원장은 별다른 호응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경제와 과학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해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김영남 위원장이 면담에서 과학기술을 강조한 데 대해 일각에선 핵 무기와 탄도미사일 기술 협력에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 이란은 반미 감정을 공유하며 핵과 미사일 기술을 상호 교류하는 등 돈독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정부가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며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까지 발효시키면서 북한과 이란 양국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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