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고급차 브랜드들의 최신 트렌드… 당신을 위한 ‘비건카’

입력
2017.08.11 17:57

소수의 의견과 취향이 대량 생산체제를 바탕으로 한 자동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유럽에선 채식주의 열풍과 함께 주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가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는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독일에선 이런 자동차를 ‘비건카(vegan car, 극단적 채식주의 자동차)’라고 표현한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실내 소재에는 동물의 가죽이 사용되고 고급 차량일수록 더 많은 양의 가죽을 사용해 왔다. 예컨대 롤스로이스 팬텀의 경우 12마리 정도의 젖소 가죽이 이용된다.

아우디 수석 디자이너 마크 리히테는 “120년 동안의 자동차 역사에서 소가죽은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소재다”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에는 친환경, 동물보호 등 가치관이 반영된 소비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어 자동차 디자이너들 역시 가죽을 대체하는 신소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런 트렌드는 대량 생산되는 보급형 차량 보다 소량 맞춤 생산되는 고급 차량과 친환경성이 강조되는 전기 자동차에 주로 반영된다.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인테리어에 가죽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진=아우디 제공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인테리어에 가죽을 사용하지 않았다. 사진=아우디 제공

아우디의 친환경차 E-트론 스포츠백 역시 그 한 예로, 아우디 수석디자이너 마크 리히테는 “우리는 대나무 섬유를 이용해 E-트론 스포츠백에 들어가는 고급 소재를 만드는 실험을 진행 한 바 있으며 이런 훌륭한 도전들이 계속되려면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콘셉트 차량들이 적합하다”라고 말했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의 가죽이 사용되지 않은 크바드라트 트림의 실내. 사진=랜드로버 제공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벨라의 가죽이 사용되지 않은 크바드라트 트림의 실내. 사진=랜드로버 제공

랜드로버 수석 디자이너 게리 맥고번은 “채식주의자 동료들은 인테리어 디자인 회의에서 동물 가죽부터 시작하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의견을 바탕으로 랜드로버는 새롭게 출시하는 레인지로버 ‘벨라’의 경우 천으로 된 인테리어 트림을 넣기도 했다.

랜드로버의 디자이너들은 레인지로버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에 맞게 가죽이 아닌 재료로 인테리어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를 위해 덴마크의 가구 디자이너 그룹 ‘크바드라트(Kvadrat)’ 협업해 벨라를 위한 독특한 시트 연구 등을 진행했다. 벨라 크바드라트 트림의 경우 고품질 가죽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테슬라 모델 X의 실내. 사진=테슬라 제공
테슬라 모델 X의 실내. 사진=테슬라 제공

이보다 앞서 세계적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모델 X’를 출시하며 가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인테리어 옵션을 선보였다. BMW 역시 전기차 ‘i3’ 중 운전대 외에는 가죽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아틀리에’와 ‘로프트’ 트림을 출시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는 모든 차량의 트림에서 가죽이 제외된 옵션을 선택할 수 있으며 맞춤 제작을 통해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차량 주문 또한 가능하다.

한편 독일 포르츠하임 디자인대 러츠 휘게너 교수는 “비건 자동차 트렌드 처럼 소수 의견이 반영된 차량을 통해 자동차 브랜드들은 프리미엄 인지도를 쌓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