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개정안] 막 오른 부자증세… 고소득자ㆍ대기업에 연 6조 더 걷는다

입력
2017.08.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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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세법개정안… 법인세 최고 22→25%, 소득세 40→42%

100여개 기업ㆍ9만명 개인에만 적용되는 ‘핀셋 증세’

문 정부 복지수요 감당하기엔 무리… 보편증세 필요성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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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자와 대기업을 겨냥한 ‘부자증세’의 막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ㆍ법인세의 최고세율을 동시에 올려 연간 6조3,000억원의 세금을 더 거두기로 했다.

정부는 2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소득ㆍ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부자증세를 뼈대로 한 2017년 세법개정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우선 소득세 최고세율을 40%에서 42%로 올리기로 했다. 지금은 과세표준 1억5,000만원~5억원 구간에 38%, 5억원 초과 구간에 40%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3억~5억원 구간 40%, 5억원 초과 구간 42%로 바뀐다. 세금을 더 내게 되는 고소득자는 9만3,000여명이다.

이명박 정부가 낮췄던(25→22%) 법인세 최고세율도 환원된다. 지금은 과표 200억원 초과인 경우 22%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200억~2,000억원은 22%, 2,000억원 초과는 25%로 상향 조정된다. 최고세율 25%를 적용 받을 대기업은 129개다.

대주주가 주식을 팔 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율도 오른다. 지금은 아무리 많이 팔아도 세율이 20%지만 앞으로는 3억원 초과분(과표 기준)엔 25%가 적용된다. ▦상장주식 대주주 범위 확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강화 ▦상속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자진신고시 세금 감면) 축소 조치도 사실상 대기업ㆍ고소득자의 세금을 올리는 효과를 갖고 있다. 종교인 과세도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된다.

비과세ㆍ감면을 줄이는 식이 아니라 세율 자체를 올리는 ‘정통 증세’, 특히 국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법인세와 소득세 세율을 동시에 인상하는 것은 수십년 만의 일이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1968년(35→45%) 이후 49년, 소득세 최고세율이 40%를 넘어선 것도 96년(45→40%) 이후 21년 만이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이 적용되면 대기업과 고소득자(연봉 6,300만원 이상)의 세부담이 연간 6조2,683억원씩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서민ㆍ중산층ㆍ중소기업 세부담은 8,167억원 줄어든다.

그러나 이러한 ‘핀셋 증세’, ‘국소 증세’로 향후 복지수요를 다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감세,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바꾸는 의미가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려는 공약사업을 다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전체 급여생활자 40% 이상이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현실은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과 투자 유인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김동연(앞줄 왼쪽) 경제부총리와 박용만 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김동연(앞줄 왼쪽) 경제부총리와 박용만 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류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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