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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ㆍ유통업계 vs 정부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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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경제활동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부는 경제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돕는 동반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달 28일 국내 주요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인사말이다. “대통령이나 새 정부에게 경제살리기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면서 전한 이 발언은 새 정부와 기업의 상생 방침으로 읽혔다.
하지만 새 정부 출범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아직까지 통신과 일부 유통업계(프랜차이즈)에선 이런 동반성장 흐름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다. 민생경제를 명분으로 규제 강화에 나선 정부에 대해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선 경영 자율권 침해를 좌시할 순 없다는 기업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다.
정부와의 잡음은 통신업계에서 요란하다. 새 정부의 통신비 경감 대책의 골자인 ‘25% 선택 약정 요금 할인율’ 적용을 놓고 통신업계에선 법정 공방까지 벌일 태세다. 정부에서 다음 달부터 25% 선택 약정 요금 할인율 적용 강행 방침을 밝히자, 통신업계에선 소송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심산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비율을 현행 20%에서 25%로 상향 조정, 약 1조원의 통신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겠다는 계산이다. 요금 할인율 조정은 정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당시 내세웠던 기본료 폐지 대신 꺼내든 카드다.
통신업계 생각도 단호하다. 정부 계산서를 적용시킬 경우 파생될 약 1조원의 비용은 고스란히 통신업계에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업체 3사는 모두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에 대한 정책적인 입장은 동조한다”면서도 “25% 선택 약정 요금 할인율 적용과 같은 정책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요금할인율 조정은 일방적이다”며 “정부가 밀어 붙일 경우를 대비해 업체들도 법률적인 소송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명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소송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이통사 대표이사들을) 애타게 만나자고 한 것”이라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놨지만 타협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와 불편하기는 프랜차이즈 업계 또한 마찬가지다. 최근 미스터피자와 호식이두마리치킨 등의 갑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프랜차이즈 업계 가운데 50개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9일까지 필수 구매물품 등의 마진 공개를 요구 받았다. 이 요청서엔 만약 이를 거부할 경우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단서도 포함됐다. 필수 구매물품은 통일성을 위해 모든 가맹점들에게 본부 구입을 의무화시킨 상품이다. 공정위측에선 가맹본부의 갑질은 이 필수품목을 이용한 폭리로부터 비롯됐기 때문에 필수품목 원가 공개는 불가피하단 설명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도 지난 달 28일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가진 간담회에서 “원가 공개는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프랜차이즈산업협회측은 공정위 방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공정위에서 요구한 내용에 대한 설명을 8일 대의원 총회를 열고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며 “필요한 자료는 공정위측에 제공하겠다는 게 협회측 공식 입장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원사들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기업 경영을 하면서 원가를 공개하는 곳이 어디 있느냐”며 “그것도 충분한 협의나 상의도 없이 강행하는 공정위에 대해선 딱히 할말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공정위에서 요구한 원가 공개 대신 차라리 과태료 부담을 선택하자는 의견도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공정위의 위세에 눌려서 업체들의 입장은 충분히 대변하지 않고 질질 끌려가는 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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