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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조윤선은 왜 무죄인가

입력
2017.07.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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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지원배제 보고 못 받은 걸로 판단

조윤선 “법원이 오해 풀어줘 감사” 석방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석방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조윤선(51)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고, 집행유예로 자유의 몸이 됐다.

김앤장 최초 여성 변호사, 문화를 사랑하는 정치인이라는 수식이 붙던 조 전 장관이 ‘영욕의 세월’을 겪게된 건 18대 대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까닭이다. 당선인 대변인, 여성가족부 장관, 정무수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조 전 장관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블랙리스트’ 수사가 시작되면서 그는 올해 1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함께 블랙리스트 사건의 주범으로 찍혀 구속됐다.

관련기사 ☞ ‘블랙리스트’ 엇갈린 판결… 김기춘 유죄ㆍ조윤선 무죄

하지만 지난 4월 조 전 장관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에 나온 증인들의 말이 엇갈렸다. 그와 함께 근무한 청와대 비서관은 블랙리스트를 완곡하게 표현한 ‘건전콘텐츠 활성화 TF’와 관련해 “조 전 수석이 이를 지시했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증언한 반면, 문체부 공무원은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대해 보고해 달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조 전 장관은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법정에서 “블랙리스트를 알았다면 당장 중단했을 것이고, 누가 됐든 이렇게 처리하면 안 된다고 설득했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남편이자 변호인인 박성엽 변호사 역시 이달 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한 적이 없다’라고 외치는 것뿐이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주장을 받아들였다.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 재직할 당시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으로부터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했거나 이를 토대로 지원배제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조 전 수석에게 보고했다면 지원배제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가 된다”는 정관주 전 비서관의 증언은 결정적인 무죄의 증거가 됐다. 조 전 장관은 선고 직후 서울구치소를 빠져 나오면서 “법원이 오해를 풀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다만 지난해 국회 국정농단 청문회 당시 블랙리스트 실상에 대해선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거짓 답변을 했다는 혐의(위증)에 대해선 유죄가 인정돼, ‘문화ㆍ예술계를 사랑한다’는 그에게 면죄부가 주어진 건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국회 위증 혐의 외에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무죄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재훈기자
국회 위증 혐의 외에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무죄가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풀려난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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