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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KAI 요구로 리베이트 수십억 송금했다”

입력
2017.07.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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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용역업체 대표 진술 확보

연루 KAI 직원은 1년 넘게 도주

차명계좌 비자금 협력사도 포착

검찰의 방위산업 비리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KAI 서울 중림동 사무소에서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도중 회의실 앞에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하성용 전 KAI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검찰의 방위산업 비리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관계자들이 지난 20일 KAI 서울 중림동 사무소에서 임시이사회가 열리는 도중 회의실 앞에 나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날 하성용 전 KAI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하성용(66)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KAI의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KAI 측이 요구하는 계좌로 수십억 원을 리베이트로 송금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또 KAI 협력업체 대표가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회사 돈을 관리한 정황도 포착했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지난해 6월 KAI의 외주 연구ㆍ인력 용역업체 A사를 압수수색 한 뒤 이 회사 대표 이모씨를 수 차례 소환조사 했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KAI에서 건넨 100억원대 용역비 가운데 수십억 원을 KAI 회계 담당자인 전 인사팀 차장 손모씨가 알려준 계좌로 입금했다”고 진술했다. KAI 측에서 A사에 일감을 몰아준 후 과대계상한 비용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다만 “손씨가 시키는 대로 한 것일 뿐, KAI가 이후 돈을 어떻게 썼는지는 모른다”고 주장했다. KAI 수사의 ‘키맨’으로 꼽히는 손씨는 1년 넘게 도주 중이며 하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과 연관돼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검찰은 그 동안 연인원 100명의 수사관을 투입했는데도 손씨 검거에 실패했다.

이씨는 손씨의 처남으로, 손씨 요구로 직원이 한 명뿐인 페이퍼컴퍼니인 A사를 설립해 KAI로부터 일감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KAI로부터 수주를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어머니가 하 전 사장과 집성촌 아랫집 윗집 사이로 종친관계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검찰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씨의 계좌내역 추적을 통해서도 KAI와 외주업체 사이의 리베이트 구조를 확인했다. 검찰은 KAI가 이런 수법으로 조성한 비자금이 하 전 사장의 연임 로비에 쓰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KAI의 한 협력업체 대표가 친인척 명의 계좌 여러 개로 회사 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하고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협력업체가 조성한 비자금도 하 전 사장 연임 로비에 쓰였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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