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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성 호우로 바뀐 장마… 온난화의 역습

입력
2017.07.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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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공기 상대적으로 더워지며

장마전선 좁은지역서 강하게 발달

예전 같은 전국적인 비 사라져

수도권 어제 최대 155㎜ 물폭탄

반지하 90대 사망 등 피해 잇달아

“강수 30%” 기상청은 빗나간 예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23일 서울 서대문구 증산교 인근에서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탄 채 물 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에 호우경보가 내려진 23일 서울 서대문구 증산교 인근에서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탄 채 물 위를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장마전선이 과거처럼 전국에 골고루 비를 뿌리지 않고, 좁은 지역에서 발달해 집중호우를 쏟아 내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장마전선에도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비를 뿌리는 국지성 호우는 장마가 끝난 후에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ㆍ인천ㆍ경기지역에는 호우경보(6시간 강우량이 110㎜ 이상이거나 12시간 강우량이 180㎜ 이상 예상될 때 발령)가, 대구와 광주 등은 폭염경보(35도를 이틀 이상 웃돌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가 내려졌다. 수도권에는 하루 최대 155㎜의 물폭탄이 쏟아진 반면 부산ㆍ대구ㆍ광주ㆍ제주 등은 불볕 더위가 계속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과거엔 북쪽 찬 공기와 남쪽의 더운 공기가 만나 폭넓게 장마 전선이 형성됐는데,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쪽의 공기도 상대적으로 더워지면서 장마 전선이 (국지적으로 찬공기와 만나는) 중부의 좁은 지역에서 강하게 발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비를 뿌린 장마전선 역시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길게 형성된 ‘강수 띠’ 형태를 보였다. 서울과 경기 상공에서 기류가 크게 갈라지며 그 경계 선에 위치한 서울과 경기 상공에 비구름이 폭발적으로 생겨 비를 집중적으로 뿌린 것이다. 좁은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영향을 주는 동안 남부지방에는 폭염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 머물도록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밀고 있는 상황이어서 덥고 습한 폭염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마전선은 25일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29일에는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29일이 지나면 사실상 장마가 끝나는 것으로 봐야 하지만,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 정도에 따라 장마 전선의 예상 위치와 강수영역이 달라질 수 있어 명확히 장마가 끝나는 시점은 이달 말이 돼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장마가 끝나도 당분간 국지성 호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상청이 전날 오후 5시 발표한 단기예보에서 서울 강수 확률을 오전과 오후 각각 60%, 20%로, 인천 강수 확률을 30%, 20%로 잘못 예측한 것으로 확인돼 기상청 예보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1시간 앞 예보도 맞지 않는다는 시민 불만도 나온다. 이런 실정이지만 기상청은 “국지성 호우는 예측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한편 낙뢰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린 수도권 곳곳에선 침수와 고립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치매를 앓던 90대 남성이 방 안을 채운 빗물에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주택침수 594건(인천 532건, 경기 62건), 상가ㆍ공장 침수 21건(인천 15건, 경기 6건)이 발생하고, 32세대 54명의 이재민이 생겼다.

부평구 청천동 서울지하철 7호선 공사장에서 작업자 7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경인선 인천역~부평역 양방향 열차 운행이 27분간 중단되고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북항 터널 인근 도로가 통제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에만 150㎜의 집중 호우가 내린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일대에서는 주택 100곳이 침수되고 제2자유로 강매나늘목 등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겨 통제됐다. 연천군은 임진강 필승교 수위가 올 들어 처음으로 4m를 넘어서면서 하류지역에 긴급 대피령을 내렸다. 광명시 이케아 매장 등 경기남부지역 수십 곳이 정전 피해를 입었고, 포천시에선 교량이 물에 잠겨 캠핑객 수십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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