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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잡는 과학] “현장에서 누구나 쓸 수 있는 지리프로파일링 프로그램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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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해 사실상 혼자서 연구
지리ㆍ통계학 교수들 찾아가기도
“범죄 예방에 크게 도움돼 뿌듯”
“고객이랄 수 있는 형사들에게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했어요.”
한국형 지리프로파일링 시스템 지오프로스(Geopros) 개발 책임자였던 경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 강은경(37) 경감은 ‘개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프로파일러로서 당연히 할 일”이라고 웃어 보이기도 했지만, 그가 말하는 개발 과정에는 끈기와 집요함이 잔뜩 묻어났다.
강 경감은 원체 지리프로파일링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미국에서 쓰는 지리프로파일링 프로그램 크라임스탯이 고난도라는 게 불만이었다. 전문가들만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구동방법이 까다로워 현장에서 바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우선 범죄 현장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좌표 값을 알아야 했고, 그걸 알아내도 다시 크라임스탯용 데이터로 변환해 지도에 입력해야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범죄 정보가 꼼꼼하게 전산화돼 기록돼 있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이 있다”며 “이 정보와 지리정보시스템(GIS)이 연계되면 미국 프로그램이 안고 있는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본격적 개발에 나선 게 2008년,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돈은 3억원에 불과했다. 단순하게 전자지도에 범죄 정보를 뿌리는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만 해도 10억원 가까이 필요했다.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으니, 연구는 사실상 혼자 해나가야 했다. 지리프로파일링은 ‘예측‘을 하는 게 필수라 확률과 통계 지식이 반드시 필요했다. 강 경감은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생용 ‘수학의정석’을 세 번 정도 완독한 것 같다”며 “지리학이나 통계학 교수들도 끊임없이 찾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9년 지오프로스가 탄생했고, 이듬해 한국일보 보도(2010년 3월 3일자 1, 11면)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다. 수사 중인 범죄 정보를 입력만 하면 범죄자 정보와 동종범죄 발생 패턴 등을 분석해 범인 은신처를 지도상에서 수백m까지 좁혀주는 기능을 가진, 우리 만의 프로그램이 나온 것이다. 강 경감은 “강력 연쇄 사건 범인을 잡는데 활용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대 등 일선 현장에서 주요 우범지역 분석 등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되는 걸 보면서 뿌듯한 마음까지 든다”고 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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