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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라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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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타자’, ‘라이언킹’, ‘홈런왕’. 삼성 이승엽(41)을 설명하는 수 많은 수식어다. 야구 선수로 ‘이룰 것을 다 이룬’ 그가 끝내 달지 못한 타이틀은 딱 하나 ‘미스터 올스타’다.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현역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홈런 스윙으로 MVP(최우수선수상)를 노렸지만 끝내 홈런포는 터지지 않았다.
그래도 이승엽은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5타수 1안타(2루타 1개) 1타점에 그쳤지만 아쉬움보다 행복감이 밀려왔다. 아들 은혁(13), 은준(7)군과 시구 행사를 하고, 올스타전 최초로 단독 팬 사인회도 열었다. 구본능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로부터는 11차례 출전에 빛나는 올스타전 헌정 유니폼을 받았다. 본인 스스로 빛나려고 하지 않았어도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슈퍼스타’를 그냥 떠나 보낼 수 없었다.
이승엽은 마지막 올스타전을 마친 뒤 “전광판에 내 영상이 나오고 유니폼을 받았을 때 울컥했다”며 “팀(드림 올스타)도 이겨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팬들이 내 이름을 연호해줬다. 정말 영광”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연타석 홈런을 때린 최정(SK)이 MVP를 가져가면서 미스터 올스터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역시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며 “내 능력이 여기까지”라고 결과를 받아들였다.
MVP 수상보다 이승엽은 소중한 추억을 남긴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두 아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었는데 평생 한번도 얻지 못할 기회 아닌가”라며 “정말 행복했다”고 밝혔다. 또 “2000년대 초반에는 야구를 잘해서 행복했다”면서 “지금은 박수를 받으면서 떠날 수 있어 더 행복하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도 정말 행복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승엽의 가족한테도 올스타전은 특별했다. 부인 이송정씨는 “남편이 40세가 넘을 때까지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 정말 고맙다”며 “아들과 올스타전에서 함께 시구 행사를 해 더 기쁘다. 평생 간직하고 싶어서 영상을 찍었는데 울컥했고 눈물도 나오려고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들 은혁군은 “100점짜리 아빠”라며 “아빠와 같이 영화 볼 때가 정말 좋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후배들에게도 이승엽의 존재는 ‘행복’ 그 자체였다. 출전한 선수들마다 “이승엽 선배의 마지막 올스타전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기념사진을 찍기 바빴다. 두산 내야수 최주환은 “처음 올스타전에 뽑혔는데 마침 이승엽 선배의 마지막 올스타전이라 더 뜻 깊다”고 말했고, SK 포수 이재원은 “평생 기억될만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이승엽과 같은 방을 썼던 이대호(롯데)는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4년 만이자 마지막으로 같은 더그아웃을 사용하면서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영광의 순간을 떠올리기도 했다. 또한 본 게임에서 3회초 홈런을 친 뒤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고 주먹을 마주치는 베이징 올림픽 세리머니를 이승엽과 재연했다.
이승엽의 ‘행복 시리즈’는 후반기에도 계속된다. 안방에서 마지막 올스타전을 치르며 ‘은퇴 투어’의 출발을 알린 이승엽은 이제 각 구장을 돌며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9개 구단들은 이승엽이 마지막 원정 경기를 올 때 행복한 추억을 선사한 그에게 특별하고도 의미 있는 선물을 주기 위해 아이디어 회의에 들어간다.
대구=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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