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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서 더 이승엽다웠던 마지막 올스타전

입력
2017.07.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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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왼쪽)이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4회초 1타점 2루타를 친 뒤 김한수 감독에게 축하 받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승엽(왼쪽)이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4회초 1타점 2루타를 친 뒤 김한수 감독에게 축하 받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국민 타자’ 이승엽(41ㆍ삼성)다운 마지막 올스타전이었다. 특별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평소 경기처럼 올스타 그라운드를 밟았다.

드림 올스타 소속의 이승엽은 1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5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 단독 팬 사인회, 두 아들 은혁(13), 은준(7)군과 시구ㆍ시타ㆍ시포, 헌정 유니폼 증정식 등 최소한의 행사를 소화했을 뿐 스포트라이트를 가급적 후배들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멀티 홈런을 터뜨린 최정이 개인 첫 ‘미스터 올스타’에 올랐다.

이승엽은 마지막 올스타전을 하루 앞둔 14일 “홈런 스윙을 하겠다”며 “얻어 걸려서라도 넘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이승엽은 큰 스윙을 했다. 1회 최정과 이대호(롯데)가 연속 타자 홈런을 터트린 이후 첫 타석에 들어서 양현종(KIA)을 상대했다. 하지만 2구째 공략한 공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3회에도 최정-이대호의 백투백 홈런 뒤 상대 투수 배영수(한화)의 의도적인 시속 120㎞ 느린 직구에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팀이 7-0으로 앞선 4회 세 번째 타석에서 기다렸던 장타가 나왔다. 2사 1ㆍ3루에서 김진성(NC)을 상대해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1타점 2루타를 쳤다. 이어 6번 전준우의 2루타 때 득점을 올렸다. 6회에는 김윤동(KIA)에게 볼넷을 골랐다. 그리고 7회 2사 만루 결정적인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경기장을 찾은 2만108명의 팬들이나 모든 동료들이 바라는 그림은 만루 홈런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아쉽게도 2루수 땅볼로 잡혔다. 상대 수비는 실전처럼 시프트를 사용하기도 했다. 13-4로 리드한 9회말 1사 2루에서 정말 올스타전 마지막 타석에 선 그는 유격수 뜬 공으로 아웃 됐다. 그렇게 이승엽의 11번째 올스타전은 끝났다.

이승엽이 경기 전 두 아들과 시구를 마친 뒤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이승엽이 경기 전 두 아들과 시구를 마친 뒤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비록 마지막 올스타전에서 이승엽의 상징인 홈런도 없었고, 화려한 행사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이승엽한테 걸맞은 무대였다. 이승엽은 “서울 원정을 치를 때 KBO 마케팅팀 직원이 직접 찾아와서 상의할 정도로 나를 예우해줘 감사했다”며 “하지만 나 혼자만의 올스타전이 아닌 프로야구 전체의 축제다. 아들과 함께하는 시구 행사, 팬들과 만날 사인회 정도면 충분하다. 내 의견을 받아들여 주신 KBO에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승엽의 아내 이송정 씨는 부자의 시구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으며 울컥하기도 했다. 동료들은 이승엽과 마지막을 추억하기 위해 기념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팬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에서도 이승엽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이승엽은 30분 가량 인터뷰를 진행한 뒤 “궂은 날씨에도 팬들께서 사인회에 와 주셨다. 영광”이라고 고마워했다.

대구=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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