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세 모자라 시작한 공유… ‘더 인간적인 여행’으로

입력
2017.07.15 09:00
수정
2017.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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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캠벨(73)과 데비 캠벨(62) 부부는 자신들을 ‘시니어 노마드’라고 부른다. 노년에 정처 없이 세계를 떠돌고 있다는 뜻에서다. 꼭 4년 전 이맘때 미국 시애틀에서의 평범한 일상을 과감히 내려놓고 부부는 지금까지 60개국 200개가 넘는 도시를 찾아다녔다. 2년 전엔 시애틀의 집마저 팔고 온전한 유목민이 됐다. 얼마 전까지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을 누비던 캠벨 부부는 9일 현재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머물고 있다.

캠벨 부부의 유목 생활은 휴가가 아니다. 그들의 일상이다. 남들의 일상과 다른 중요한 차이는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들이 소유한 채 일상을 보내고 있는 공간을 잠시 빌릴 뿐이다. 1박에 평균 90달러를 쓴다는 캠벨 부부는 “뭔가 배울 게 있는 한, 재미를 느끼는 한, 예산이 허락하는 한, 서로 사랑하는 한” 이 유목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말한다.

캠벨 부부의 남다른 일상을 가능케 한 기반은 에어비앤비다. 소유하고 있는 호텔 하나 없이 이용자들이 세계 어디서나 묵을 수 있게 만든 에어비앤비의 출발은 여느 스타트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사람들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여타 스타트업과 달리 에어비앤비는 사람들을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끌어낸다. 그렇게 세계로 퍼져 나간 사람들은 에어비앤비 이용자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행 중 꼭 챙겨 다닌다는 베개를 들고 서로를 바라보는 마이클(왼쪽)과 데비 캠벨 부부. 이들은 에어비앤비 서비스만으로 4년 째 전 세계를 여행하고 있다. 디지털노마드닷컴 제공

세계 구석구석의 ‘동네’ 여행

전 세계 1억,5000만명이 에어비앤비로 여행했다. 2014년 한국 지사 설립과 함께 국내에서도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며 에어비앤비 이용자가 느는 추세다. 에어비앤비는 한 마디로 개인 간 숙박 거래를 중개하는 업체다. 집주인(호스트)이 자신의 집 전체나 일부를 묵을 곳이 필요한 손님(게스트)에게 일정 기간 돈을 받고 빌려주는 과정을 조율하는 서비스가 에어비앤비의 ‘제품’이다. 호스트는 집의 남는 공간을 활용해 돈을 버니 좋고, 게스트는 원하는 위치와 가격에 맞는 숙박 장소를 확보할 수 있어 좋다. 에어비앤비는 이 거래가 성사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며 일정 부분의 수수료를 떼어간다.

언뜻 생각하면 집주인이 아무리 돈이 필요하더라도 일면식도 없는 낯선 이를 자기만의 공간에 들이는 게 망설여지지 않을까 싶다. 게스트 역시 다양한 서비스가 잘 갖춰진 호텔을 마다하고 굳이 ‘남의 집’에서 잠을 청할 이유가 있을까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그러나 전 세계인이 이 어이없는 시도에 반응했다. 그것도 폭발적으로. 2007년 창업 당시 ‘제로(0)’에 가까웠던 에어비앤비의 기업 가치는 10년 만에 300억달러를 돌파했고, 지금은 191개국 6만5,000개 도시에 300만개가 넘는 숙소를 보유한 세계 최대 숙박업체가 됐다. 이란과 시리아, 북한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에어비앤비 숙소가 있다. 물론 그 숙소의 소유자는 에어비앤비가 아닌 호스트다.

이 놀라운 성장의 비결은 간단하다. ‘더 인간적인 여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든 것이다. 많은 사람이 어느 나라를 가도 비슷비슷한 호텔에 묵는 정형화한 여행 패턴에 신물이 나 있다. 호텔 방에 누워 있으면 그곳이 이집트 카이로인지, 캐나다 몬트리올인지, 호주 시드니인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외출할 때도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호텔 주변 관광지와 맛집만 다니다 보니 누가 가도 같은 패턴의 여행이 돼버린다.

에어비앤비는 이런 여행에 질린 소비자들을 자극했다. 여행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일상을 보내는 공간에 직접 들어가 여행객이 아닌 현지인 같다는 느낌을 맛볼 수 있도록 안내했다. 정형화한 여행에선 찾아가지 못하는 틈새 지역이나 변두리에 머물며 에어비앤비 이용자들은 현지인들만이 아는 장소를 잠시 독차지하고 온라인 맛집 리스트에 없는 식당에서 식사를 즐긴다. 그리고 자신들의 여행이 정말 특별하다고 확신하게 된다. 캠벨 부부는 이런 경험을 더 확장해 세계 곳곳의 ‘동네’를 다니며 그곳만의 일상을 누리고 있다.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호스트(집주인)와 게스트(여행객)가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에어비앤비 오픈’ 행사에서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가 호스트들 앞에서 회사의 새로운 소식들을 설명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침대와 아침 식사를 제공합니다’

에어비앤비 창업자 브라이언 체스키(36)와 조 게비아(36), 네이선 블레차르지크(33)가 처음부터 이처럼 거대한 변화를 예견한 건 아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을 졸업한 뒤 각자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쌓아나가던 체스키와 게비아는 오래지 않아 직장 생활에 환멸을 느꼈다. 창업을 결심한 그들에게 청천벽력이 날아들었다. 집주인이 집세를 올려버린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두 사람은 인근에서 마침 미국산업디자인협회 콘퍼런스가 열리니 집의 빈방과 침대를 콘퍼런스 참가자들에게 저렴한 값에 빌려주고 아침 식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에어 매트리스와 침대, 아침 식사를 뜻하는 영어 단어를 결합한 ‘에어베드앤브랙퍼스트’라고 이름 붙인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인도인 첫 예약자를 받았다.

이후 1주일 만에 약 1,000달러를 벌었지만, 여전히 이 아이디어는 집세를 벌기 위한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체스키와 게비아는 에어베드앤브랙퍼스트에 집중하게 됐고, 하버드대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블레차르지크를 설득해 합류시켰다. 서비스를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며 각종 콘퍼런스와 축제, 정치인들의 행사 등을 겨냥해 끊임없이 웹사이트를 선보였다. 이용자는 조금씩 많아졌지만 실패도 되풀이됐다. 예약 건수가 늘었더니 웹사이트가 다운됐고, 야심 차게 서비스를 개선했는데 아무도 접속하지 않았고, 대금 지불에 생각지 못한 오류가 생겨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가난한 세 청년은 수도 없이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쓰러져 가던 에어베드앤브랙퍼스트를 2009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알아봤다. 자금 지원과 컨설팅 도움을 받으며 세 청년은 다시 기회를 잡았고,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투자도 받아냈다. 회사 이름은 에어비앤비로 확정했다. 그해 여름, 날개를 단 에어비앤비의 1주일 매출은 1만달러로 뛰었다. 호스트와 게스트 사이의 송금을 지원하는 정교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구축했고, 개별 호스트와 게스트의 에어비앤비 이용 내역을 분석해 서로를 효율적으로 이어주는 매칭 서비스도 넣었다. 호스트가 직접 짜준 동네 여행 일정은 에어비앤비 여행객들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체험이 됐다.

신시장 개척자 vs 시장 파괴자

집을 공유하는 개념이 에어비앤비 입장에서야 틈새시장 발견이고 신시장 개척이지만, 기존 숙박업계에게는 ‘시장 파괴’나 다름없다. 특히 성수기 때 바짝 영업해야 하는 숙박업체들에게 에어비앤비는 커다란 위협이다. 대다수 호텔은 수요가 많을수록 방 값을 올린다. 숙소가 한정돼 있으니 여행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방이라도 잡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에어비앤비는 숙소 공급을 어렵지 않게 늘릴 수 있다. 더 많은 호스트를 모으고, 호스트들이 더 싼 값에 더 깨끗하고 멋진 숙소를 내놓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호텔 방값이 치솟을수록 에어비앤비의 저력은 빛났다.

2년여 전부터 비즈니스맨들의 출장에 적합한 숙소에 별도의 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에어비앤비의 영역은 휴가여행에서 출장으로까지 확장됐다. 급기야 대형 호텔들이 에어비앤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에어비앤비의 호스트들이 호텔과 같은 수준의 안전과 위생 기준을 따라야 하고 세금도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선 집을 타인에게 대여해 돈을 버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숙박업계 기득권 세력의 이 같은 공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에어비앤비의 성장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더 큰 문제는 생각지 못한 데서 드러났다. 게스트가 호스트의 집을 망쳐놓거나 반대로 호스트가 게스트에게 위해를 가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캐나다 한 호스트의 집이 게스트가 연 마약 파티로 쑥대밭이 됐고, 스페인을 방문한 한 미국인 게스트는 호스트에게 감금당했다. 에어비앤비의 서비스가 유지될 수 있는 기반이 안전과 신뢰라는 사실을 창업자들은 그때야 깨달았다. 에어비앤비는 잘못을 인정하고 2014, 15년 위급 상황에 대비하는 다양한 정책을 수립했다. 현재 에어비앤비 측은 “심각한 숙소 피해로 호스트에게 1,000달러 이상의 보상금이 지급된 경우는 게스트 4만1,000명 중 1명꼴(0.002%)로 나타났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열린 ‘에어비앤비 오픈’ 행사에서 공동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오른쪽부터) 최고경영자(CEO)와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최고전략책임자(CSO), 조 게비아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참석한 호스트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에어비앤비 제공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에어비앤비 본사 내부. 사무실과 회의실 등을 지구촌 곳곳의 특색을 본떠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에어비앤비 제공

“에인절? 천사를 믿어요?”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체스키는 경영에 대해선 정말 문외한이었다. 미국 경제지 ‘포천’ 부편집장인 레이 갤러거가 쓴 ‘에어비앤비 스토리’에 따르면 창업 초기 에인절을 소개해주겠다는 한 스타트업 CEO의 말을 듣고 그가 천사를 믿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에인절은 기술은 있지만 자금이 부족한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개인인 에인절투자자를 뜻한다. 그랬던 체스키가 올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제치고 ‘포천’이 선정한 ‘세계를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 18위에 올랐다.

체스키에게 성공을 가져다준 요인에 대해 누군가는 집요한 호기심을, 또 누군가는 타고난 리더십을, 다른 누군가는 뛰어난 학습능력이나 놀라운 예지력을 꼽는다. 체스키는 3년 전 인터뷰에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놀라운 일을 벌이는 인재를 원한다”고 했다. 어떤 제품도 ‘생산’하지 않고 기존 산업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그 자신이 이런 인재였기 때문이다. 대담하고 독창적인 게비아와 독보적 컴퓨터 천재인 블레차르치크는 체스키와 성향이 다르지만, 이들의 조합은 놀라운 일을 벌이기엔 충분했다는 평가다.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우버와 함께 에어비앤비는 공유경제의 대표 모델로 꼽힌다. 그러나 이들이 더 이상 공유경제가 아니라는 비판도 공존한다. 차량과 숙소 공유를 수단으로 경제적 이득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에어비앤비는 시장이 ‘질서’로 받아들이고 있던 소유의 개념을 과감히 깨는 데 성공했다. ‘공유’와 ‘경제’ 중 무엇이 우선이냐보다 이 사실이 더 중요하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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