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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 줄사퇴…檢, 너무 빨리 젊어지나

입력
2017.07.0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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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총장 후보자 연수원 18기

선배ㆍ동기는 물론 19기에도 사의 압박

공석 많아 어느 때보다 인사 폭 커

기수 파괴로 조직 장악 등 어려움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7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7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문무일(56ㆍ사법연수원 18기)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에 따른 인적 쇄신 과정에서 검찰 조직이 급격하게 연소화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총장의 사법연수원 선배 기수나 동기들이 옷을 벗는 관행을 감안하면 연수원 17기는 물론 18기 인사들도 대부분 검찰을 떠날 가능성이 있고, 19기 일부도 옷을 벗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9일 검찰에 따르면 문 후보자보다 연수원 선배는 김희관(54) 법무연수원장과 박성재(54) 서울고검장 등 17기 2명으로 이들은 지난주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문 후보자 연수원 동기는 총장 후보에 함께 올랐던 오세인(52) 광주고검장을 비롯해 박민표(54) 대검 강력부장, 김해수(57) 대검 공판송무부장, 이명재(57)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4명이다. 이들도 관행에 따르면 모두 검찰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자 연수원 후배들에게도 용퇴 압력이 들어갈 수 있다. 19기로는 총장 후보에 함께 올랐던 조희진(55) 의정부지검장을 비롯해 김강욱(59) 대전고검장, 공상훈(58) 서울서부지검장, 황철규(53) 부산지검장, 조은석(52) 사법연수원 부원장 등이 남아 있다. 20기인 이금로(52) 법무차관이 이미 고검장급 자리에 발령 받았기 때문에, 19기 간부 중에서 이번에 고검장으로 승진하지 못한 인사들은 조직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처럼 검사장 이상 검찰 간부들이 조직을 떠나면 그 자리는 자연스레 후배 검사들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조직 연소화 조짐은 이미 서울중앙지검 인사에서 드러났다. 윤석열(57ㆍ23기) 지검장은 이영렬(59ㆍ18기) 전 지검장보다 무려 다섯 기수나 후배고, 윤대진(53ㆍ25기) 신임 1차장은 전임 노승권(52ㆍ21기) 대구지검장보다 네 기수 아래다. 한두 기수 후배가 자리를 이어 받던 관행을 감안하면 두 사람의 발탁은 파격으로 평가됐다. 특히 검찰 간부 인사는 연쇄적으로 평검사 인사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간부들이 젊어지면 조직 전체가 젊어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검찰 간부들이 너무 빠른 속도로 연소화하면 조직 장악과 업무 파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검찰총장이 법원행정처 실장보다 연수원 기수가 낮고, 검찰 간부 상당수가 고법 부장판사보다 후배가 되면 법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런 우려가 제기되면서 연수원 후배가 먼저 승진해도 선배들이 무조건 옷을 벗지 않고 조직에 남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건은 15자리 안팎에 달하는 공석에 누구를 배치할 지에 달려 있다.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이영렬 전 지검장과 안태근(51ㆍ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면직됐고, 청와대의 ‘찍어내기’ 인사로 검사장 4명이 옷을 벗는 등 과거 어느 때보다 인사 폭이 크다. 정부가 인적 쇄신을 명분으로 검사장을 20기 이하로 대부분 채울 경우 가뜩이나 연소화한 검찰 조직은 더욱 젊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 검찰 수뇌부가 조직 안정을 꾀하고 ‘기수 역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정착시키려고 한다면 인사 폭이 예상보다 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박상기 법무장관 후보자와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돼야 인사 폭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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