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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외교 자리서 “사드 반대” 목소리 높인 시진핑

입력
2017.07.09 17:33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중 한미 양국 정상에게 공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반대를 강조하며 다소 껄끄러운 상황을 연출했다. 그가 자유무역 수호와 파리기후변화협정 준수 등의 합의 도출에 앞장서긴 했지만 다자외교 무대에서 자국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매몰되는 대국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9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시 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사드 반대 입장도 재천명했다고 전했다. 전반적인 취지는 양국 정상회담을 통해 미중관계가 강화됐다는 쪽이었지만, 이는 근래 미 행정부가 중국을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지정하고 대만에 무기판매를 승인한 데 이어 단둥(丹東)은행을 제재하는 등 양국 간에 생긴 이상기류를 없애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민일보가 시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해 무언가 조치를 해야 한다”라며 중국의 대북 역할을 거듭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드 배치 불가를 거듭 강조한 대목을 부각시킨 건 의미심장하다. 미국이 대북공조 압박에 이어 무역적자 시정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통상마찰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란 점에서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핵심 안보이익 침해로 규정해온 시 주석이 집권 2기 체제가 출범할 11월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미국에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시 주석은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사드 반대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드라는 용어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하고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하기를 희망한다”는 말로 우리 정부에게 사드 철회를 압박했다. 국제사회의 최대현안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ㆍ협상의 필요성에 공감한 자리였지만 사드 문제는 향후 양국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시 주석이 다자외교 자리에서 한미 두 정상에게 연이어 사드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양국 간 협의와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G20 정상회의 직전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 입장을 재확인한 데 대한 반발의 성격이 큰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주요 국가들이 모여 지구촌 현안들을 논의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를 자국의 이해관계 조정의 장으로 삼은 셈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사드 문제를 민감해하는 건 분명하지만 이를 다자외교 무대에서 관련국들에게 핵심 사안으로 꺼내든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못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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