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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정상회담에 기대 걸었는데… 중국 진출 업체들 시름

입력
2017.07.09 15:36

사드 보복 해결 실마리 마련 못해

현대ㆍ기아차 중국 판매 42, 55%↓

상반기 5조원대 매출 손실 추정

SK이노베이션 공장 가동 중단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도 ‘빨간불’

“내달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서

변화 조짐 없으면 철수 도미노”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간)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집요한 ‘사드 보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일정 중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보복 문제를 해결할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덕담이 오간 회담 분위기와 달리 사드와 관련해서는 양국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중국의 보복 조치가 계속되면서 한국 기업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올 상반기 중국시장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2.4%, 54.6% 감소했다. 중국은 전체 수줄 비중의 20% 이상을 차지해 현대차 그룹의 가장 큰 시장이다. 업계에선 현대차 그룹이 상반기에만 5조원대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하며 이런 기류가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12조원대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예측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반기에 뉴 웨에둥과 KX7을 출시했고 하반기에도 역대 최다인 5개 차종을 내놓으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와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도 적신호가 켜졌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 초부터 공장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한국 업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을 모두 제외했다. 중국 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연간 4만~5만대 배터리를 생산하던 이들 업체의 중국 공장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생산 체제로 바꾸는 등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중국 언론에는 삼성전자 중국 법인이 이달 7개 지사를 정리하며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한국 전자업체들의 감원이 이어질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정부는 겉으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한국에는 감정적으로 경제 제재를 가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올 3월 이후 중국 진출 길이 막힌 게임업계의 시름도 깊다. 한국 업체가 만든 게임은 4개월째 중국 정부로부터 신규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외산 게임 허가제인 판호제를 도입했는데, 판호를 받지 못하면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국내 게임의 중화권 수출 비중은 2015년 기준 33%나 돼 사드 보복이 장기화할 경우 심각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사드 보복 직후 직격탄을 맞았던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영업정지가 계속되면 더 이상 기다리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단체관광 금지 조치로 피해가 막심한 면세점 업계도 위기감이 감돈다. 국내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은 5월 현재 102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184만명)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10월 국경절 황금연휴에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드는 데 기대했던 한중 정상회담에서 돌파구가 나오지 않아, 최대 성수기도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업계에 희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한중 수교 25주년인 다음 달 24일 전후로 예상되는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변화의 시그널이 없으면 중국 진출 기업들의 철수가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한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 진출 기업으로서는 이번 회담 결과가 실망스럽겠지만, 다음 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G20에서 양국 정상이 손상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만큼, 추후 회담에서 구체적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기업들도 이번 위기를 교훈 삼아 시장 다각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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