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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에서 주목받은 ‘문재인 정부’ 외교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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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2달 만에 외교 정상화ㆍ4강 외교 복원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관심 끌어내
北 미사일 도발을 다자 외교 계기로 전환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 구도 재연은 과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자신감 넘치는 외교 행보와 성과가 주목 받고 있다. 지난해 말 탄핵정국 이후의 정상 외교 공백을 정상화했고, 최대 난제였던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력과 공감대를 얻어낸 의미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거둔 외교적 성과로선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취임 두 달 만에 4강 외교 복원
문 대통령은 4박6일 간 G20 정상회의 참석을 포함한 독일 방문에서 총 13차례의 국가정상급 인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촛불 민주주의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높은 국제적 관심을 반영하듯, G20 정상회의 전부터 각국의 회동 요청 탓에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G20 폐막일인 8일에도 9건의 추가 회동 요청이 들어왔으나 문 대통령의 빠듯한 일정상 2건만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독일 방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달아 정상회담을 가졌다. 그간 단절된 한반도 주변 4강 국가들과의 외교를 복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일 3국 정상 만찬을 통해 1주일 여 만에 재회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사이에서 시종 여유로운 표정으로 회담에 임했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그간 여덟 번 진행됐지만 공동성명이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일 만큼,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3국의 공조는 굳건함을 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으로부터 남북대화 복원 및 남북 간 긴장완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주도권에 대한 지지와 협력을 얻어냈다. 문 대통령은 또 “지금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평가한다”면서도 “앞으로 중국이 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하는 등 중국에 대한 우리 입장을 밝히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선 북핵ㆍ미사일 도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명박 정부 이후 단절됐던 양국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에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과의 한러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을 비핵화 협상을 위한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北 도발을 국제사회 협력 계기로 전환
문 대통령은 독일 출국 전날인 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발표라는 돌발변수를 만났다. 그러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G20이라는 다자 정상외교 무대를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협력을 확보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활용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의 북핵 주도권에 대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
문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한독 정상회담에서 “G20 정상회의는 경제 문제를 논의하는 회의이고 이미 주제가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북한 미사일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회원국의 공동결의를 담아내기 위한 의장국으로서의 관심을 보여주면 고맙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메르켈 총리는 공동선언에 북한에 대한 내용을 포함하는 게 어려울 경우, 의장국 성명에 기술적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8일 폐막한 G20 정상회의 공동선언에 북한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나 메르켈 총리는 7일 G20 비공개 리트리트 세션 논의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참가국 정상들이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을 논의했으며 이에 대한 큰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의제가 아닌 사안에 대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 정상의 발언을 이끌어낸 것만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성과라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 북한에 대해 보다 강화한 제재와 압박을 강조했지만, 이러한 조치의 궁극적인 목표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고 평화적 방법을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국제사회에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우리 정부에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6일 독일 쾨르버 재단 연설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구상을 발표했고, 북한에 대해서도 남북대화 재개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사드ㆍ위안부 합의는 여전한 불씨
다자외교에선 상당한 성과를 거뒀지만 양자외교에선 적잖은 과제도 남겼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이견이 여전했고, 한일 정상회담에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 차이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한중 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를 없애기 위해 중국의 정당한 관심사를 중시하고 관련 문제를 타당하게 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사드’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한중 관계의 장애’라고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문 대통령의 중국 역할론에 대해서도 국제사회가 중국의 역할을 저평가한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한일 정상회담에서도 한일 위안부 합의ㆍ소녀상 등의 문제로 양국 정상 간 긴장감이 흘렀다. 아베 총리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문 대통령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합의를 수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평행선을 달렸다. 양국 정상은 “위안부 문제가 한일 간 다른 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접점을 찾았지만 여전히 양국 간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일 3국 공동성명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한미일 3국 간 공조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앞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공조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고, 문 대통령은 북핵ㆍ미사일 문제에 있어서 한미는 물론 한미일 공조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 정부와 긴장 관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일 3국과 북중러 3국 간 갈등 구도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함부르크=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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