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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의 향연, 카셰어링 아반떼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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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받자마자 첫 고객이 함박눈 내리던 날 사고를 냈다는 얘기는 이미 했던가? 그 이후 몇 달이 흘렀다. 롱텀 시승기가 무색하게 그동안 경험을 공유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반떼가 뭔가 새로운 걸 보여주기에는 너무나 무난한 차였고, 결정적으로 카셰어링 경험이 쌓여야 이야깃거리가 생겨난다는 핑계가 우선이었다. 일단 공유라는 가치를 힘겹게 지켜나간 에피소드 모음부터 전한다. 이번 기사는 카셰어링에 따른 크고 작은 사고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셰어링은 사용자의 양심, 관리자의 헌신, 그리고 운영 회사의 노력이 아주 중요한 시스템이다.
지하주차장에 내려서가 차를 점검했다. 마지막으로 확인한 것이 1주일 전이니 뭔가 변화가 있으랴 싶지만 또다시 마음이 무너져 내린다. 앞 범퍼에 또 진한 스크래치가 났고, 옆구리마져 찍혀 있었다. 도무지 관리가 안 되는 모양새다. 괜히 사용자에 대한 억하심정만 늘어난다. 타인의 차를 손상시켰으면 ‘상담센터에 얘기하고 고쳐야 하는 건 아닌가’에 대한 순진한 의문은 ‘ 네 마음 속의 지우개’ 같은 생각이다. ‘불특정다수와 차를 나눈다’는 경험은 생각보다 깊은 스트레스를 준다. 이 차가 완전한 내 차였다면 절대 하지 않을 경험이다.
신고를 하고 범인을 색출하려고 나섰지만 꽤 오래 전 일이라 블랙박스 녹화 목록에서 지워졌다. 차의 관리자인 나 또한 개인정보 때문에 블랙박스를 확인할 수 없다.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상황. 내 책임이 아닌데, 사고 미상으로 처리하는 것도 벌써 두 번째라 진력이 난다. 내 전담 상담사분과 자동차 검사를 위해 순회를 도는 정비사분의 목소리가 익숙하다. 점점 관리자 노릇을 하는 것이 싫어진다. 사용료도 내는데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그래도 어쩌랴.’ 다시금 수리를 했다. 고객께 힌트를 하나 드리자면, 현재 카셰어링 시스템은 차를 탈 때마다 무조건 차의 겉모습 상태를 찍어두는 것이 좋다. 얼마나 귀찮은 일인가? 그런데 제로카 셰어링 차주는 차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체크를 해야 하니 더 힘들다. 실상으로는 그게 불가능에 가까워 1주일에 한 두 번 가량 체크하면 다행이다. 업무를 볼 때만 쓰는 자동차라 주말에는 오롯이 공유하고, 평일에도 거의 쓸 일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내차 탈 시간도 없는데 말이다.”
세 번째 정비를 보냈다. 금방이었다. 오전에 가져가고 오후에 바로 “차를 갖다 놨다”고 연락이 왔다. 지난 번에도 그렇더니 이번 역시 마찬가지로 ‘전광석화’다. 지하주차장에 내려가 확인해보니 기름이 꽤 많이 줄어있었다. 주행거리 또한 꽤 늘었다. 정비는 쏘카 법인차만 전담으로 하는 곳이 있는 듯하다. 나중에 정비에 따른 이동 시 기름값이 어떻게 정산되는지 확인해볼 생각이다. 그래도 깨끗해진 차를 보니 기분이 풀린다. “이제 제발 사고는 없었으면 좋겠다.”
아, 그것보다 더 문제가 생겼다. 최근 들어 차가 공유되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그 말은 곧 부담금이 대폭 늘어난다는 얘기다. 갑자기 왜 우리 차가 안 팔리게 됐는지 궁금하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 조사에 착수해볼 생각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edit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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